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것.
나는 작년 10월 말에 디스크로 진단을 받았다. 그 이후로 내 삶은 완전히 망가졌다.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을 잃었다. 그리고 걸을 수조차 없는 나날이 이어졌다. 좀 솔직히 말해본다면 장애가 생긴 거나 다름없다.
뛰는 건 당연히 할 수 없게 되었고, 일어서는 것조차 힘든 나날이 이어졌다. 나는 잠자는 시간이 점점 늘어났다.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때로는 그냥 누워서 살짝 체위를 바꾸는 것조차 머리가 띵해지도록 아팠다.
새벽에 깨어나서 허리가 너무 아파 뒤척이지도 못하는 와중에 그냥 한숨도 안 나오고 잠으로 도피하고 싶어 얼른 눈을 감는다.
그런 나날이 이어진다.
남편과 함께 잠을 자는데, 새벽에 목이 미친 듯이 말랐다. 그래서 물을 가지러 가기로 했다. 허리가 너무 안 좋은 날이어서 일어나지를 못했다.
그래도 이 악물고, 혀를 으깨 물면서 몸을 일으켰다. 너무 아팠고, 순간 살기가 싫었다.
그래도 목이 마르니 우선 물을 마시기로 했다. 살고 싶어서 물을 마신 게 아니다. 목이 말라서 물을 마신 것이다.
그런데 물을 가지고 와서 타는 목을 달래고 다시 자리에 앉아서 멍하니 어둠 속을 바라보는데, 이상하게 웃음이 났다.
물을 혼자 가져다 마셨다.
그 사실이 이상하게 너무나도 뿌듯했다.
아직 나, 스스로를 먹일 수 있구나. 스스로 움직여서 물도 마실 수 있구나. 그 사실이 너무나도 재밌었다.
그래서 다시 천천히 몸을 뉘이면서 생각했다.
그래.
살자.
까짓것 별거 아니야. 지금처럼 목마를 때 고통을 참아가면서 물을 가져와 마시면 사는 거지.
아픈 거? 너무 지겹다. 너무 아프고, 서럽다. 짜증이 난다. 때로는 도저히 못 움직이겠다.
그래서 뭐?
그래서 그럼 죽어?
아니 나는 살아갈 것이다.
앞으로도 10년-20년 나에게 주어진 만큼의 시간을 살아갈 것이다. 벌레처럼 꿈틀거리며 땅을 기어서라도 물을 가져와 마실 거고, 밥을 찾아와 먹을 거고. 그러다 언젠가 나을 수도 있다고 믿으면서.
나는 너무나도 아픈 허리로 인해 하나 발견했다.
인간이 곰과 사자, 각종 들짐승과 벌레들, 적이라는 다른 인간들 사이에서 동굴에 웅크려 불을 바라보면서도 어쨌든 생존해 냈고 번식했으며
2026년인 지금 이 자리에 멸종하지 않고 존재하는 그 힘.
인간의 강인함을 발견했다. 나는 그것이 바로 '희망'이라고 느꼈다.
살아가고자 하는 투지와, 살아갈 것이라는 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