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이 길어봤자 지금부터 70년 전후라는 것은 나에게 깊은 안심을 준다. 끝이 있는 싸움이다. 그러니까 내가 이 싸움에서 지던 이기던지 언젠가는 끝이 난다는 것이다.
'나는 왜 사는 걸까?'
그 생각을 아주 오래 해왔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답을 얻지 못했고, 지금까지 살아는 있다. 그리고 더 이상 내가 왜 사는지에 대해서 딱히 의문을 갖지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 의문은 흐릿해질 것 같다. 20년만 지나도 이제 살 날보다 죽을 날이 가까워질 테니 말이다. 어차피 끝이 날 어떤 이야기에 대해서 굳이 정의 내릴 필요성까지는 못 느낀다.
하지만 다시 오늘로 돌아와서,
나는 살아있다.
예전에 손목을 그어도 보았지만 살아있다. 건물 난간에 서서 끝없을 것 같은 길이 끝의 시멘트바닥을 쳐다보다가, 엄청 큰 까마귀를 보고 '멋있다...'라고 생각한 뒤에 헛웃음을 지으며 다시 비상구로 건물 안으로 들어왔을 때가 생각난다. 어쨌든 살아있다.
나는 불쌍한가? 나는 불행한가? 나는 아픈가? 어쩌면 그렇다. 하지만 그래서 뭐 어쩌라고.라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그런 생각들이 들어도 나는 명이 남아있는 한 살아갈 것이고, 딱히 죽지도 못할 것이다.
그리고 어차피 언젠가 죽기 싫어 울부짖어도 죽을 것이다.
나는 끝이 정해져 있는 이 이야기를 30년간 살아냈다. 너무 열심히 한 탓인지 허리가 나가버렸지만 그래도 앞으로 남은 기간을 채워내야 한다.
그렇다면 깊이 생각하지 말고 그냥 우선 숨을 쉬자.
그리고 밥도 먹고, 물도 마시자.
가끔 산책도 하고, 가끔 주저앉아 울음도 터뜨리고, 그러다가 선잠이 들었다가 다시 일어나서 글을 쓰자.
그리고 다시 숨을 쉬고, 그렇게 살아가다 보면 수많은 밤과 새벽을 지나 어느 날 숨이 멎겠지.
그거면 된다.
나는 그거면 된다. 너무 잘할 필요도 없으니 우선 지금은 숨을 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