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디스크 재발로 인하여 겨우 얻은 직장을 그만두었다. 엄청난 상실감에 울음바다가 된 나를 달래고 안아주는 남편 덕에 다시 털고 일어나 일상을 살고 있다.
나는 지금 동네 작은 도서관에 와있다. 그리고 돈을 아끼려고 6000원짜리 우체국요금제로 바꾼 후로 일절 인터넷을 못하고 있었는데 도서관에 오니 와이파이가 돼서 기쁜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다.
집근처 근로자센터 건물의 큰 공간 하나에 만들어진, 도서관이라기엔 작은 이 도서관은 잔잔한 음악이 연하게 흐르고, 벽을 따라서 대리석책상이 붙어있고 편안한 의자가 주르륵 놓여있다. 그리고 벽에는 큰 창문이 가득한데 블라인드를 쳐놓았음에도 따스한 햇살이 딱 알맞게 들어와 조각조각 흩어져있다.
나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변신 이야기 1권'을 천천히 음미해 가며 읽고 있다. 그리고 간행물에서 사은품으로 준 얇은 손바닥만 한 공책에 일기를 쓰고 있다.
이곳은 아늑하고 조용한 나의 작은 세계이다. 아무런 목표도 없이 잔잔하게 흘러가는 시간에 꼼꼼히 책을 읽고 일기를 쓰는 것만이 내가 할 일인 세계.
나는 스스로가 도서관 이용자라는 작고 눈에 띄지 않는 역할을 수행 중인 등장인물1 같기도 히다. 하지만 집 안에서 잠만 자는 것보다는 도서관 이용자 역할에 훨씬 보람을 느낀다.
회사를 관두고 한동안 이제 뭘 하며 살지?라는 생각에 머리가 뜨끈했는데, 지금은 그냥 담담하게 오늘 하루를 보내면서 편안함을 만끽하고 있다.
정확한 건, 한동안 죽고 싶기만 했고, 계획도 세웠을 정도로 절망스러웠던 나를, 이 작은 세계가 보호하며 살게 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