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동맥류

니가 무슨 병수발을 했니?

by 옥샘

이럴줄 알았다.

아주버님이 뇌출혈로 병원신세를 지고 시어머니도 뇌경색이 있었는데 자기는 괜찮다고 작년에 추가로 들어두자고 한 뇌혈관질환 보험을 나는 건강한데 무슨 보험 타령이냐고 나에게 소리까지 지르면서 화내고 못들게 했는데 뇌동맥류가 있다고 한다. 보험을 권한 시점으로 부터 딱 1년.


아주버님 뇌출혈이후로 자기는 고혈압 약을 잘 먹고 있고 문제 없을거라고 큰소리를 뻥뻥 치더니 어느날 얼굴 한쪽이 아프다나 병원을 가본다더니 mri 검사 결과 뇌동맥류가 발견되었다고 소견서 들고 큰병원 가야한단다.


다른일에는 뭐든 닥달하지 않으면 예약이고 뭐고 제대로 해주는 일이 없었는데 어느새 온라인으로 병원을 예약해두었다. 나는 마침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눈코뜰새가 없이 지내고 있었고 아이까지 친정에 거의 맡겨놓는 상태였는데 그래도 남편이 아프다는데 내가 함께 가야지.


하루는 CT 찍고 그다음날은 결과 듣는 일정.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에서 하룻밤 자는 일정은 사실 서울여행에 가까웠다. 연애하던 시절 생각도 나고 데이트처럼 밥먹고 차마시고 쇼핑몰 돌고 간만에 느끼는 설렘들에 들뜨기도 한 것 같다. 나는 역시 서울이 좋다.


다음날 의사선생님은 2.5mm정도 되는 뇌동맥류가 있고, 나이도 젊고 가족력이 있으니 빠른 시술을 권하셨다. 조영술을 하면서 바로 시술(코일색전술)이 가능하면 그렇게 하고, 아니면 개두술(머리 여는 수술)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가장 빠른 시술일자는 1주일 뒤 였고 예약을 빠르게 진행했다.


내려가는 길 남편 표정이 영 밝지 않았다. 남편은 첫번째로 온 병원에서 바로 시술 예약을 한 것과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명의 리스트에 담당선생님의 성함이 없는 것을 불안해 했다. 다른 분들 소견을 들어보고 싶다는 말도 하고, 시댁에 들렀을때는 시이모님이 시술 그거 잠시간이라도 미루고 자신이 먹고 있는 건강기능식품을 먹어보라고 하셨다. 전에 어떤 사람은 그걸 먹고 혈관이 깨끗해졌다고 했고 병이 다 나았다고. 남편은 이것저것 인터넷 글을 찾아 읽더니 자연치유가 아예 없는 일은 아니고 시이모랑 시어머니가 저렇게 원하시니 시술을 좀 미루고 그 제품을 잠깐 먹어 볼까 하는 것 같았다.


나는 남편이 글을 찾아 읽는 카페에 질문글을 올렸고 댓글들은 건강기능식품에 현혹되지말고 진료봐주신 의사선생님 유명하신 분이니 걱정말고 빨리 시술 받으라고 말해주었다. 남편은 댓글들을 읽으면서 납득이 되었는지 내 의견을 따라 시술을 받기로 했다. 사실 댓글내용 중에는 이렇게 빨리 시술예약을 잡기가 쉽지 않다는 내용도 있어서 남편의 뇌동맥류 부위가 별로 좋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뇌동맥류는 당장 터지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사는 곳은 터지면 골든타임안에 처치를 받을 수 있는 큰병원이 먼 곳이라서 터지면 끝이라고도 할 수 있다. 남편의 뇌동맥류는 입구가 넓어 상황을 보고 스텐트도 할수 있다고 말씀하셨고 드물게 색전술하면서 출혈생길수 있고 부작용도 있다고 하시니 본인이 얼마나 불안하고 걱정스러울까 싶지만 그래도 위험부담을 안고 사는 것 보다는 낫지 않을까 생각해서 나는 적극 시술을 권했다.


진료본다고 며칠이나 아이를 떼어놓고 갔다 와서 다시 또 떼어 두고 가려니 발길이 잘 안떨어 졌는데 지금 생각하니 아이는 얼마나 불안했을까?


그 당시는 아직 코로나가 한창일때라 코로나 음성확인서를 들고 병원에 입원을 했다. 흉부엑스레이를 찍고 5인실에 입원했는데 남편은 그때 불안감과 공포로 잠을 잘 못이룬 듯 하다. 나도 사실은 좀 잠들기 어려웠다. 병실안에는 거동이 안되는 환자가 3명 있었는데 그중 2명은 병상에 누워서 산소호흡기를 달고 있었고 그렁거리는 소리가 나면 가래를 제거하는 소리가 요란했으며 기저귀를 갈때는 똥냄새가 진동을 했다. 두분은 간병인 한분은 부인이셨는데 의사선생님이 오셔서 부인인 보호자에게 병원에서 해줄 일이 이제 없으니 재활병원으로 옮기라는 권유를 하는 것도 우연히 듣게 되었다. 어딘가 아득하게 공포스러웠던 순간들.


내 남편이 저 상황이 된다면 나는 어쩌지?


다음날 시술 예정이라 자정부터 금식을 했는데 시술 예정 시간이 계속 바뀌다가 다음날 저녁 6시가 다 되어 시술에 들어갔고 남편은 배가 고파서 아주 죽을 맛이었을 것이다. 시술은 2시간쯤 걸렸고 의사선생님은 시술은 잘됐고 입구가 넓어 스탠트 시술을 했다고 이야기 하셨다. 남편은 회복실에서 한시간 가량 더 있다가 나왔다. 병실은 이제 집중치료실로 옮겼다. 보호자는 원래 집중치료실에 출입이 안되는데 갈 곳 없는 지방에서 온 보호자들을 배려해 집중치료실에서 자게 해주었다.


다음날 아침에 다른 병실로 옮기기로 되어 있었는데 갑자기 코로나 확진자가 같은 층에서 나와서 우리층이 폐쇄되는 바람에 집중치료실에 갇히게 되었다. 음성진단을 받고 저녁이 되어서야 2인실 병실로 옮겨주어서 샤워도 하고 좀 눈을 붙일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식사까지 하고 수납을 하고 퇴원을 했는데 원래 병원비는 1200만원 가량이었는데 수납은 120만원정도 했다. 뇌혈관질환같이 중증질환에는 본인 부담금 약간만 내고 나라가 내주는 우리나라 건강보험 정말 만만세였다.


병원에 있는 동안 병원비가 걱정되어서 하루종일 인터넷 서치를 하고 산정특례라는 것을 알아내서 그게 적용이 되는지 어떤지 의사선생님, 간호사, 원무과 붙잡고 물어보았는데 아는 사람이 없었다. 뇌동맥류 시술은 산정특례와는 좀 다르지만 자부담금만 내면 되는 거라고 한다.


내려와서는 남편은 친정엄마 도움으로 회사를 쉬면서 요양을 좀 했다. 나는 그때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어떻게 살았었는지 무얼 했었는지도 떠올리려고 해도 잘 떠오르질 않는다. 사실 2021년에 있었던 일을 지금 쓰려고 하니 다른것들도 가물가물한데 그때 환우 카페에 적어놓은 후기글과 질문글을 보니 내용이 생각이 난다. 그때의 기억은 모두 어딘가 흐릿하다. 현실을 회피하고 싶어서 틈만나면 핸드폰으로 웹소설을 찾아 읽었던 나날들이었다.


남편의 입원 보호자 생활은 처음이라 모르는 것도 많았고 병원비도 불안했다. 더웠다 추웠다 종잡을 수 없는 병원내 온도. 친절한 듯 아닌 듯 항상 바쁜 간호사. 묘하게 보호자 질문을 성가셔하는 주치의. 복닥거리는 5인실. 밤에 울리는 CPR방송. 예민했던 남편. 계속 전화와서 물어보시는 시어머니. 보호자 간이 침대에서 마스크 쓴채로 자는 쪽잠.


이 글을 쓴 계기는 남편이 얼마전 나에게 "니가 무슨 병수발을 했냐?" 라고 한 말에 대한 반박이다. 이제 보니 반박이라기보다는 그냥 있었던 일들의 나열이고 내가 무엇을 했는지 기억도 잘 안난다. 그래도 보호자 침상에서 잠자며 자신을 돌봐준 아내에게 할말은 아니지 않나? 병수발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내가 아파서 병원에서 시술이라도 받게 된다면 남편은 기꺼이 내 병수발을 들어줄 것 인가? 잘 모르겠다.

그래도 무사히 살아서 내 곁에 있어줘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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