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도 가까운, 친밀하고도 어려운 사이
기나긴 명절이 끝났다. 개천절에 한글날, 대체공휴일까지 더해 무려 10일의 연휴였다.
그 사이 나는 시댁과의 4일, 친정과의 4일을 보냈다.
괜스레 효도를 한 것 같은 뿌듯함과 여러 관계 속 나도 모르게 쌓인 감정적 피로감까지 여러 여파가 나타났다.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툴툴댔다.
"있잖아, 당신은 모르지, 아까 어떤 일이 있었냐면, 그래서 내가 어떻게 했냐면.............................."
미리 긴 연휴를 맞이하기 전 '폭싹 속았수다'의 '관식' 영상을 집중적으로 보여서일까,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온갖 명절 여자 입장에 대한 글을 마구마구 보여줘서일까
예전보다 신랑은 기계적으로나마 내 마음을 묵묵히 들어줬다.
"그랬구나, 고마워, 고생 많았어..........."
가장 가까운 내 가족이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8일간의 시간 동안 쌓인 수많은 피로가 사르르 풀려났다.
(그 과정 속에 신랑의 피로감은 좀 생긴 것 같기는 했다.)
8일 간 느껴진 감정의 해일이 어느새 멈추고 잔잔해지는 것이 느껴지는 이 과정이 너무 신기했다.
명절을 통해 원가족들을 만난다는 것이
사실은 나에게, 신랑에게 가장 가까웠던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었음에도
결혼 후 고작 몇 년 떨어져 있었을 뿐인데도
참 많이 달라짐을 느끼고, 그 안에 여러 가지 이해관계를 느끼고, 그로 인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느낀다는 것이
참 이상하고도 서글프고, 재밌으면서도 억울했다.
각자 결혼하고, 여러 새로운 상황을 맞이하고, 사회 안에서 살아내고, 선택으로 맞이한 가족과 맞춰가고, 그 안에서 각자의 마음과 삶을 지키기 위해 아등바등하다 보니 원가족이라도 몰라주는 여러 감정과 마음, 상황이 생겨나버렸나 보다.
그럼에도 그들 덕에 지금의 우리가 있기에 또 수많은 사회 구성원보다 가까운 사이이기에
서로를 이해하고 이해받고 싶은, 그럼에도 서로를 위해줬으면 하는 마음들이 각자의 곳간 속에 가득 차서
여러 감정이 오고 가는 것이 참 웃펐다.
남편과 나 사이를 바라볼 때도 느꼈던 감정이
이번 연휴를 지나며 원가족 각자의 마음에도 보였던 것 같다.
상대방의 입장보다는 내 입장이 잘 보이고,
상대의 감정보다는 나의 감정이 소중해져 버리는
그렇게 이해하기보다는 이해받고자 하는 마음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상처가 되는 순간도 찾아오는
근데 참 재미있는 것이
내가 선택한 가족인 남편이 내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고 편이 되어주는 순간
내 아이가 나에게 칭찬과 감사를 건네며 환하게 웃어주는 순간
원가족 구성원들의 마음이 조금 더 잘 보이기 시작했다.
내 마음을 알아주고, 나와 한편인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다른 이들의 입장을 이해하는 폭이 조금은 더 넓어졌다.
그래서 상처로 끝났을지도 모르는 순간이
그래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을 다음의 단계로 나아가게 해주는 하나의 계단으로 바뀌어 갔다.
만약 나도 모르게 툴툴댔던 그 순간
누군가의 들어줌이 없었더라면
나는 더 귀를 막고 눈을 막고 다른 이들의 입장을 보려 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아직은 부족함이 많아 완전한 이해로 가지는 못했지만,
내 안의 따뜻함으로 만들어지는 여유가 많아져서 이해의 폭이 넓어지길 바라게 되는 시간이었다.
'들어줌' '편이 되어줌'
또 한 번 소중한 행동을 배운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