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궁하면 통하는...
호떡은 해마다 겨울이면 잊지 않고 늘 찾던 간식거리였지만, 이 또한 이곳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고
또 집에서 만들려면 발효 반죽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쉽게 시도해 볼 수 없었던 귀한 간식이 되었다.
몇 해 전부터는 한인마켓에 국산 브랜드의 '호떡믹스' 등이 나와서 솜씨 좋은 사람들은 집에서 간편하게
만들어 먹기도 했지만, 그 또한 가루를 반죽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서 쉽게 손에 잡히지가 않았다.
늘 그렇듯이 '궁하면 통하는 법' 미국 그로서리 마켓의 냉동 코너에서 저 냉동 빵 반죽을 발견한 이후로
만들 수 있는 빵 종류들이 몇 가지 더 늘었다. 그중 제일 많이 만든 것이 이 '호떡'
이미 반죽이 다 되어있는 상태라서 약간의 해동 시간만 있으면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어서 너무 편리하다.
냉동상태의 반죽은 사용하기 전에 실온에 10 ~20분 정도 내놓거나 몇 시간 전에 냉장실에 넣어놓고
해동시킨 후 사용할 수 있다. 해동시킨 반죽을 1cm 안팎의 두께로 썰은 후 서로 달라붙지 않게
펼쳐놓고 호떡 안에 집어넣을 호떡 소를 준비한다.
원하는 분량의 흑설탕 (엷은색의 light brown suger 보다는 좀 더 짙은색의 dark brown suger 가 녹았을 때 맛이 더 좋다) 을 준비하고 1스푼 정도의 밀가루와 계핏가루(좋아하지 않으면 생략해도 좋다)를 골고루
섞어 놓는다. 밀가루 외에 쌀가루나 찹쌀가루를 사용해도 좋다.
밀가루를 넣는 이유는 흑설탕이 녹았을 때 점성이 생겨서 물처럼 흐르지 않게 하기 위해서 이고 먹을 때 식감도 더 부드러워서 좋다.
씨앗 호떡을 만들고 싶을 때는 섞어놓은 흑설탕 믹스와 원하는 종류의 씨앗, 넛 믹스를 함께 섞어서
사용한다. 시중에 팔고 있는 Trail mix 중에 취향에 맞는 제품을 사용하거나 좋아하는 씨앗만 따로
모아서 흑설탕 믹스와 함께 사용해도 좋다.
호떡을 만들기 전에, 손에 기름을 발라서 반죽이 달라붙지 않게 한 후 썰어놓은 반죽에 원하는 호떡 소를
채우고 끝을 오므려서 동그란 모양을 만들어 놓는다.
불을 중불에 맞추고, 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른 뒤 둥글게 빚은 호떡 반죽을 하나씩 넣는다.
호떡 반죽을 넣고 1~2분 정도 기다려서 한쪽면이 조금 익은 후에 반죽을 뒤집고 기름칠한 누름판을 이용해
얇은 두께가 될 때까지 천천히 누른다. 너무 세게 누르거나 너무 빨리 누르면 반죽이 쉽게 터질 수 있으니
속도를 맞추어서 천천히 누른다. 밑에 부분이 갈색으로 변하면 한번 더 뒤집어주어서 다른 면도 갈색이
될 때까지 익힌다. 밀가루 반죽이 익는 시간이 4~5분 정도 걸리기 때문에 너무 센 불에 하면 겉은 타고 속은
익지 않게 되니, 중불에서 시간을 두고 익혀야 한다.
완성된 호떡은 한국의 길거리 호떡처럼 종이컵에 담아서 먹어도 좋고 - 아이들에게 줄 때 종이컵에 담아주니
설탕물이 흘러서 옷에 떨어지지 않아 먹기가 편해서 좋았다.
몇 해 전 보았던 '윤식당' 의 디저트 메뉴처럼 따듯한 호떡 위에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한 수저 얹어 먹으니
단것 위에 단것이지만, 단맛의 종류가 달라서인지 나름 고급지게 어울리는 맛이다.
내가 아주 어릴 때, 외출하는 아버지에게 항상 오실 때 호떡을 사다 달라고 버릇처럼 이야기했다.
기억하기로는 이것저것 사다 달라고 매번 다른 주문을 했지만, 그중 유일하게 잘 들어주셨던 것이 저
'호떡 셔틀'이었다. 나중에 커서 알게 된 이야기로는, 한국전에 참전하셨던 아버지는 전쟁이 끝난 후
당장 먹고사는 생업 전쟁에 다시 뛰어들으셔야 했기에, 그때 급하게 꾸려서 길에서 호떡장사를 잠시 하셨다고 했다. 어려운 시기였으니 특별히 맛있게 만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정말 밀가루 반죽만 대충 해서 만들어 파셨던 거 같다. 하지만 아무리 어려운 시기였어도 돈 내고 사 먹는 음식인데, 기본적으로 맛이 있어야 장사를 할 수 있었을 텐데, 음식에 전혀 지식이 없던 아버지는 발효 반죽도 안 하시고 그냥 밀가루에 물 섞은 반죽으로 호떡을 만들어서 파셨던 거 같다. 당연히 장사는 잘 안되었고, 손님이 너무 없자 아버지는 일찌감치 그 호떡장사는 접으시고 다른 일을 찾으셨는데, 그때 장사를 하면서 손님이 없어 고생하시던 기억이 오래 남으셨다.
그래서 그 후로는 길에 지나가다가 호떡 파는 곳을 보면 그냥 지나치시지 못하고 꼭 몇 개라도 팔아주시는 게 버릇이 되었다. 호떡을 잘 못 만들던 아버지는 그 후로 몇 번의 식당 경영도 직접 하셨지만, 요리에만 재주가 없으셨던 게 아니고 사업에도 특별한 재주가 없으셨기에 그리 큰 재미는 못 보셨던 거 같다.
몇 가지 음식에는 꼭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기억이나 이야기들이 있는데, 내게는 이 호떡이 그런 음식이다.
맛있는 호떡을 먹을 때마다, 나는 한 번도 못 먹어 본 아버지의 맛없었을 그 호떡이 생각나고 또 내 어린 시절 아버지 손에 들려온 그 맛나던 호떡도 함께 떠오른다.
내가 만든 호떡을 먹고 자란 내 아이들은 나중에 어떤 이야기로 이 호떡을 기억할까... 궁금하다가도 어쩌면 아이들에게는 별 의미 없는 간식이기에 아무런 기억도 없을 것 같기도 하고......
내일 날 밝으면 한번 물어봐야겠다.
'호떡' 하면 생각나는 거 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