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하고 진실된 사랑 ‘국화꽃 향기‘

순수한 사랑이 그리울 때 보기 좋은 영화

by 한울


평소 성시경 님의 노래를 자주 듣는데 희재는 유독 들을 때마다 애틋한 연애 편지 훔쳐보는 느낌이 들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머릿결 내게 불어오는 그대 향기 예쁜 두 눈도 웃음소리도 모두가 내 것이었죠’ ’ 얼마나 사랑했는지 얼마나 더욱 사랑했는지 그대여 한순간조차 잊지 말아요 거기 떠나간 그곳에서 날 기억하며 기다려요 한없이 그대에게 다가가는 나일 테니‘


-희재 노래 가사 중-


가사들을 계속 곱씹으며 듣다 보니 어떤 사람이기에 향기까지도 잊지 못하고 그리워할까? 도대체 어떤 사랑을 했을까?라는 궁금증이 들었다. 성시경의 애절한 목소리와 가창력, 표현력이 한몫했다. 그래서 언젠가 꼭 이 영화를 봐야지 다짐하다 3년 전에 처음봤다. (ost 때문에 작품을 본 경우는 처음이었다.)


이 작품은 사실 삼각관계가 명확하게 있다거나 사건이 극적이거나 그렇진 않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두 사람의 감정과 상황에 더 몰입할 수 있었다. 지하철에서 처음 본 희재에게 반해 멀리서 쳐다보고 자판기 앞에 떨어진 동전을 주워 희재에게 주는 그 몇 분의 시간 동안 박해일 배우는 아무런 대사 없이 오로지 표정으로만 연기한다. 짧은 시간 동안 웃고 아련한 표정이 나온다. (인하의 캐릭터를 잘 보여준 장면 중 하나) 대사가 없이도 눈과 표정으로도 관객들이 확 몰입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아픈 모습을 보여주기 싫은 한 여자와 그런 그녀를 위해 그녀 앞에서는 알고도 모르는 척하고 뒤에서는 참았던 눈물을 쏟는 인하의 모습, 라디오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과정. 어쩌면 뻔할 수도 있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력과 눈망울, 두 사람의 연기 호흡이 영화의 완성도를 더욱 높여주었다. 덕분에 어느새 내가 희재가 되었고, 인하가 되어 같이 눈물을 흘렸다.

특히 한 사람이 아프기 전과 후가 이렇게 달라질 수가 있구나 싶을 정도로 장진영 배우는 헤어스타일, 걸음걸이, 말투, 표정에서 많은 변화를 주며 희재를 더욱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보는 동안 인하를 향한 희재의 마음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었는데 라디오 사연을 보내고 읽는 장면과 ”인하씨 때문에 내가 얼마나 행복했는지 내 영혼에 차곡차곡 새겨서 갈게 “라는 대사를 통해서

아.. 희재는 천천히 인하에게 스며들었구나 라는 걸 짐작하게 한다.

희재에게 인하는 짧지만 아주 긴 사랑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 간절히 희재의 회복과 두 사람의 행복을 바랐다.


만약 대학생 때 인하와 희재가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고 어쩔 수 없는 이별을 한 후 사회인이 되어 다시 만나는 설정이라면 이렇게까지 애틋하고 오래 기억에 남지는 않았을 것 같다.


지금 글을 쓰는 순간에도 영화 속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데 가장 내 마음을 차지한 장면이 있다.


바로 마지막 부분에 희재가 인하에게 미래의 아이를 부탁하고 그걸 말없이 듣고 인하와 그 말을 끝으로 그의 품에 안겨 생을 마감하는 희재 모습이다.

보는 동안 많는 눈물을 흘렸던 마지막 장면

이때 장진영 배우님은 담담하게 말하지만 인하와 슬픔이 묻어 나왔고, 눈물은 흘리지 않았지만 이미 힘없는 눈에서 모든 슬픔을 다 말해주고 있는 듯했다.


박해일 배우님 역시 눈물은 흘리지 않았지만 눈물을 참으며 대답한다. 이 장면에서 두 사람은 단 한 번도 서로를 쳐다보지 않고 허공만 바라본 채로 대화를 한다.


마지막이면 서로를 애틋하게 쳐다보며 손이라도 잡을 텐데 두 사람은 그러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면서 작품 속에서 슬픔을 표현하는 연출도 여러 가지라는 걸 느꼈다. 이 장면 속에서 두 배우는 울지 않았지만 나는 이 장면에서 엄청난 오열을 했다.


특히 처음 봤을 땐 남겨진 인하의 감정에 빠져 눈물을 흘렸는데, 두 번째로 봤을 때는 남겨지는 인하와 딸을 두고 떠나야만 하는 희재의 감정에 빠져 눈물을 흘렸다. 이


작품은 단순히 사랑과 이별이야기가 아닌 죽음을 앞두고 있는 순간에도 본인의 건강보다 남겨진 사람을 걱정하고 있는 한 여자. 그리고 그런 그녀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아낌없는 사랑을 주는 것뿐인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휴먼멜로 영화이다.


요즘 사랑은 너무 급하고 일시적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 작품은 볼 때마다 사랑의 본질적인 의미를 생각하고 느끼게 해 준다. 또한 ost의 중요성도 느끼게 해주는 작품 중 하나이다.


가사만으로도 이 영화의 감정선과 주제가 명확하게 전달이 되었다. 또한 성시경의 음색이 배우들의 연기력을 더욱 빛나게 해주었다.


극 중에서 인하가 희재에게 국화꽃 향기가 난다고

했다.

반면 인하에게는 ‘안개꽃 향기’가 나는 것 같다.

맑고 깨끗하고 사랑에 성공하는 꽃말을 가진 안개꽃, 은은하고 묵묵한 느낌인 안개꽃이 인하와 많이 닮았다


끝으로 노래를 들으면 그때 그 시절의 감정과 상황들이 떠오른다고 하는데 나는 이 노래를 들으면 혼자 방에서 이 둘의 이야기를 보며 함께 눈물 흘렸던 그때. 영화에서 표현해 준 아름답고, 애틋했고, 가슴 저릿한 이들의 사랑이 떠오른다.


그래서 나는 이 둘의 사랑이야기와 순수한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이 그리워질 때면 이 노래를 들으며 국화꽃 향기를 추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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