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다 빠른 살
주변에 꽤 많은 간호사들이 있다.
그들을 오랫동안 관찰할 기회가 있었다.
같은 의료계 종사자라도 의사와 간호사 사이엔 차이가 있다.
의사가 여러 의미에서 ‘뇌로 계산하는 존재’라면,
간호사들은 ‘척수반사로 사는 존재’에 가깝다.
어째 저럴까 싶을 만큼 시야가 넓고 행동이 빠르다.
분명 같이 걷고 있었는데,
어느새 넘어져 울고 있는 아이를 일으켜 세우고,
누군가 떨어뜨린 물건을 주워주고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나면 벌떡 일어나는 것이,
습관이라기보다 유전자적 반응처럼 보인다.
그건 ‘care(돌봄)’이 몸에 새겨진 에토스다.
예전엔 간호면허를 취득하면
보육교사 자격증을 함께 줬다고 들었다.
퍽 이해가 가는 일이다.
아이들은 툭하면 넘어지고, 흘리고, 깨뜨린다.
잠시 방심한 사이에도 사고가 터진다.
간호사들의 에토스는
그런 사고에 척수반사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미 ‘적격’이었다.
인터넷 뉴스를 보다 보면
휴일에 시민의 목숨을 구한 ‘오프 간호사’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그들의 인터뷰에서 한결같이 나오는 말은 이렇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에요.”
“몸이 먼저 나갔어요.”
판단보다 앞선 행동.
그게 바로 돌봄의 본질이 아닐까.
내가 생각하는 간호도 바로 그 ‘돌봄’에 본질이 있다.
말로 닿지 않아도 먼저 통하는 것.
호소하지 않아도 알아주는 것.
말보다 빠른 행동,
그게 우리가 갓난쟁이 시절 받아본 돌봄이며,
고통으로 말을 잊은 환자들이 원하는 돌봄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말(언어)보다 빠른 살(행동)을 실천하는
간호사들을 몹시 존경하고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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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말인데요,,,,
전국의 남성 간호사 여러분,
여기 사람 있어요—
사람 살려요오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