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양갓집 규수의 절규
이런 두부부침 짜식,
타이밍 맞춰 뒤집기가 왜 이렇게 어렵냐.
툭하면 사방 모서리 끊고 도망가.
니가 두부지, 도마뱀이냐.
아니요, 전 도마뱀인 줄 알았던 두부였던
양갓집 규수인데요.
제발, 제에발—
계란옷이라도 입혀주세요.
예를 갖추고, 공들여 익혀주세요.
빠알간 다라이에서 소금에 푹 절여져
이리저리 패대기 쳐지던 배추년들 치마 뒤집듯
휘딱휘딱 함부로 뒤집지 말아 주세요.
나를 울게 두세요.
콩으로 태어나 두부가 되기까지
이 가슴에 짜게 품은 간수로
간신히 잡아두었던 내 생의 설움들을
눈물로 풀어내게 제발, 나를 그냥 두세요.
내 하얗게 질린 정절이
스스로 누렇게 익을 때까지—
날 욕보이지 말고 기다려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나는
기필코 나는-,
익지 않고 비린 채로 부서져 버릴 것입니다!
하아아아-.
불손한 마음으로는
가질 수 없어없어요.
사각 귀 네모난
예쁘게 익은 두부부침을.
나 지금 되게 공손하게,
가스렌지 앞에서 벌서는 중.
___
두부부침 은근 어렵지 않나요?
가만히 기다린다는 게,
꽤 어렵다는 것을
벌서며 깨달았답니다 :)
피식-, 하고 웃으셨으면 기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