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도시 라푼젤의 탑엔
매일 쿠팡 배송이 도착한다.
배송 메시지는 늘 같다.
벨을 누르지 말고, 문을 두드려주세요.
먼 파동이 아닌, 가까운 촉감으로
내 실존을 확인하는 중입니다.
손수레가 덜컹이는 소리가 들리면
득달같이 현관문에 귀를 가져다 댄다.
똑똑, 툭툭툭, 쾅쾅, 도로록—
속세와 맞서 싸우는 힘찬 기사(騎士)님이 도착하셨어요.
오늘은 좀 바삐 가시네.
오늘은 좀 힘드셨나 봐.
매일 비슷한 듯 다른 울림 속에서
잔물결처럼 침윤되는 세상의 냄새.
세파의 침식이 두려워
스스로 발을 묶고 탑 안에 갇힌 내게도
그분은 속세와의 탯줄이 되어준다.
“지금 주문하면 오늘 도착.”
그러나 배달되는 건 양분만이 아니랍니다.
고마워요, 기사(技士)님.
오늘 분의 실존이 충전되었습니다.
내가 살아있는지 못 믿겠거든—
지금 당장, 쿠팡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