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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로운 일상공상24

고속도로 게임이론(죄수의 딜레마)

by Parasol

수도권에 집중화된 우리나라 인구 분포의 특성상 명절이나 휴가철이 되면 고소도로 정체를 피할 수 없다. 이런 큰 이벤트가 아니라도 주말을 앞둔 금요일 퇴근길만 해도 서울을 오가는 차들로 만만치 않은 교통체증을 겪어야만 하는 것이 수도권 사람들의 일상이다.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모두가 내 손 안의 내비게이션을 가지기 전에는 교통방송에 의지하거나 지역 사람들만 아는 샛길을 통해 정체를 피해 가는 것이 보통이었지만, 지금은 어디든 연결된 인터넷으로 모두들 실시간 교통상황을 파악하여 어느 길이 얼마나 막히고 어느 길이 가장 덜 막히는지를 한 순간에 알 수 있는 시대이다.


하지만 내비게이션이 추천해 주는 길로 들어섰다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다. 모두들 같은 상황을 지켜보다 가장 덜 막힌다고 나온 곳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한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말처럼 내비를 믿고 들어선 길은 중간에 후회해도 이미 늦은 선택이 되고야 만다.


영화 ‘뷰티풀 마인드’로도 유명한 미국의 수학자이자 경제학자 존 내시는 이런 선택의 순간 사람들 간의 복잡한 관계를 ‘게임 이론’으로 설명하며 많은 분야에 영향을 미쳤다.


게임이론의 대표적 예는 죄수의 딜레마이다.


두 명의 공범이 체포된 후 각각 범죄를 자백할 것인가 침묵할 것인가에 따라 각각의 형량이 결정된다. 서로 상대방과의 신의를 지키며 침묵을 지킬 경우 증거 확보가 어려워 둘 모두에게 가장 낮은 형량이 부여된다. 하지만 나는 침묵하는데 상대방이 범죄를 자백하게 되면 나만 가중처벌에 처해져 두 명 분의 형량을 혼자 감내하게 된다. 이런 경우를 우려해 두 명 모두 상대를 믿지 못하고 자백해 버리는 경우 모든 범죄가 밝혀지므로 둘 모두 그에 맞는 형량을 선고받게 되어 범죄자의 입장에서 둘 모두에게 가장 최악의 결말을 가져올 수 있다.


꽉 막힌 정체 시간대의 내비게이션은 우리에게 죄수의 딜레마를 불러일으킨다.

덜 막힌다고 나온 길을 선택할 것인가? 이것은 나만 혼자 빠져나갈 목적으로 혼자만 자백하는 죄수의 선택과 유사하다. 상대방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으리라는 믿음, 혹은 바람으로 빠른 길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때 다른 죄수들도, 아니 운전자들도 동일한 희망을 품고 그 길을 선택하게 된다면 가장 차가 없다고 했던 바로 그 길이 가장 최악의 정체를 맞게 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하면 이런 최악의 사태보다 차라리 지금 현재 가장 리스키해 보이는 가장 막힌다는 길로 들어서는 과감한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결론은 두 가지이다. 모두들 덜 막히는 길로 몰려 새로운 교통체증을 유발하는 새, 나만 막혀있던 길이 풀려 가장 빨리 도착하거나, 혹은 내가 선택하지 않은 도로에서 유유히 빠져나가는 차를 바라보며 꽉 막힌 도로에 홀로 바보처럼 남겨지는 것.


게임이론은 이렇듯 복잡한 사회 현상을 해석하는 툴로 다양한 사회 경제적 해석과 통찰을 보이고 있다.


존 내시라면 과연 귀갓길에 어떤 도로를 택할 것인가.


역사의 아이러니인지, 안타깝게도 존 내시는 노르웨이에서 아벨 상 수상 후 미국으로 돌아와 택시를 타고 귀가 중 아내와 함께 교통사고로 사망하게 된다.


프랑스의 세계적 작가 알베르 카뮈의 교통사고 사망 소식만큼이나 허망하면서도 믿기 어려운 마지막이 아닌가 싶다.


빠른 길 찾기 게임도 중요하지만 부디 안전한 귀갓길이 되길 기원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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