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쳇바퀴
월화수목금토일,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직장인의 일주일이다. 물론 요즘은 선택적 근무제 등의 도입으로, 출퇴근 시간도 고정적이지 않고, 휴가도 보다 유연하게 사용하는 편이라 과거의 직장인들보다는 조금은 자유도 높은 쳇바퀴 생활이지만 짧은 주말을 지나면 어김없이 돌아오는 평일 출퇴근을 피할 길은 없다.
햄스터 휠(hamster wheel), 일명 쳇바퀴는 달리기 본능을 가진 햄스터의 스트레스 해소용 장치로 개발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하루에 10여 km이상을 달린다고 알려진 햄스터를 조그만 상자 속에 가두어 두었으니, 강렬한 운동 본능을 해소할 장치가 필요했던 것이다.
사실 과학자들은 햄스터와 같은 설치류들이 쳇바퀴를 좋아하는 이유가 갇힌 환경 탓은 아닌가 알아보기 위해 야생에 쳇바퀴를 설치하는 실험을 시행한 적이 있다. 그랬더니 의외로 야생 설치류들도 쳇바퀴를 아주 좋아했던 탓에, 설치류들이 쳇바퀴를 좋아하는 정확한 이유는 아직도 오리무중이라고 한다.
혹자는 사람들이 달리기에 중독되듯 극한 달리기에서 러너스 하이와 같은 신경 물질 분비에 중독되어 쳇바퀴를 굴리는 것은 아닌가 예상하기도 한다.
햄스터의 마음은 알 길이 없지만, 직장인들이 회사라는 쳇바퀴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연구하지 않아도 모두들 잘 알고 있다. 바로 “월급”때문이다. 물론 학창 시절 직업은 경제적 요소뿐 아니라 자아실현 및 정신적 만족, 그리고 사회적 기여라는 다양한 의의를 지닌 것이라고 배우기는 하지만 말이다.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한 생활에 필수인 자본, 즉 돈이 없이는 자아실현도 정신적 만족도 모두 허울뿐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물론 돈만 바라보고 힘겨운 쳇바퀴질을 하기는 어렵다. 나머지 요소들이 고달픈 쳇바퀴질을 조금은 덜 힘들게 해주는 윤활유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출퇴근이라는 반강제적 쳇바퀴질이 아닌 자발적 쳇바퀴질을 하는 직장인들도 많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건강관리와 운동이 힙한 취미생활이 되며 몸을 가꾸기 위해 트레드밀(러닝머신; 머신러닝 아님)을 뛰는 직장인들이 바로 그들이다.
피트니스센터의 가장 인기 있는 운동기구인 트레드밀은 최초에는 죄수들의 형벌을 위한 기구로 개발되었다. 하지만 21세기에 이르러서는 몸매를 가꾸기 위한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인 머신으로 이미지를 탈바꿈한 것이다.
초기 죄수들을 위해 발명된 트레드밀은 쳇바퀴의 바깥쪽에 발판을 두어 발판을 밟으면 원통이 돌아가는 방식이었다. 그야말로 멈출 수 없는 쳇바퀴 밟기였던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시대가 발달하며 달리기를 위해 컨베이어벨트형의 전동장치로 변화한 트레드밀이 최근 다시 무동력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평평한 평면이었던 컨베이어벨트판을 완만한 괄호형으로 휘어
놓고 동력장치를 제거한 형태로 재탄생한 무동력 트레드밀이 바로 그것이다. (최근 넷플릭스 ‘피지컬 100’에도 등장했다.)
무동력 트레드밀은 햄스터가 쳇바퀴를 돌리듯, 휘어진 컨베이어벨트의 앞부분을 밟으면 사람의 무게로 컨베이어벨트가 돌게 되는 원리를 이용한다. 둘 모두 바닥의 마찰력과 자신의 무게를 이용하지만, 쳇바퀴는 원의 중심이 고정되어 원운동을 하고, 무동력 트레드밀은 그 힘으로 컨베이어벨트를 자연스레 돌리게 되는 것이다. 마찰점이 원의 중심 밖에 없는 쳇바퀴보다는 마찰부가 훨씬 넓어 컨베이어벨트를 돌리는 것이 그만큼 만만치 않기도 하지만 쳇바퀴에 실려 하늘로 날아갈 우려는 없으니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는 할 수 있을 듯하다.
전동 트레드밀에 비해 발을 구르는 힘이나 중심을 잡기 위한 코어 근육이 더 필요하다는 점 때문에 더 효과적인 운동기구로 재탄생한 무동력 트레드밀.
정해놓은 스케줄과 속도에 맞추어 그저 뒤로 나가떨어지지 않으려고 발을 내딛는 전동 트레드밀과 같은 직장 생활보다, 조금 더 힘겨울지 모르지만 나의 의지로 나만의 속력으로 한 발 한 발 내딛으며 나아가는 무동력 트레드밀과 같은 직장 생활이 더욱 도전해 보고 싶어지는 것은 설치류가 아닌 영장류의 본능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