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는 것.. 클래스는 영원하다.
학창 시절 변하지 않는 것의 대명사로 배운 질량 보존의 법칙은, 18세기 프랑스 화학자 앙투안 라부아지에가 정립한 화학반응에 대한 법칙이다. 폐쇄된 계에서 화학반응 전/후의 물질의 총질량은 변하지 않는다는 원리이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돌+I 총량 보존의 법칙이라는 웃지 못할 법칙을 듣게 되는데, 어느 조직에 가더라도 항상 일정한 만큼의 돌+I가 존재한다는 농담을, 질량보존의 법칙에 빗대어하는 말이다. 혹자는 ‘우리 조직은 아무리 둘러봐도 그런 사람이 없는데..?’라고 생각한다면 바로 그대가 그분이라는 뼈 아픈 농담을 추가하기도 한다.
직장 생활에서 또 한 가지 변하기 어려운 것을 표현하는 말이 있다. 축구에서 시작된 말인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라는 말이 바로 그것이다. 한 때 대단한 실력을 뽐내던 선수가 폼이 떨어져 경기를 망치다가도 어느 순간 자기의 본 실력을 다시 뽐내게 될 때 자연스레 나오는 말이다.
매 경기마다 각종 스탯(statistics)으로 성과를 평가받는 운동선수들과 달리 직장인들은 보통 일 년 단위로 평가를 받는다. 그에 따라 각종 보너스와 연봉이 결정되기도 한다. 돈이 걸린 문제이다 보니 평가의 공정성은 언제나 논란의 대상이 되고는 한다.
직장인의 점수는 운동경기처럼 매 순간이 수치화되어 선수의 스탯이 되는 것이 아니다 보니, 소위 ‘직장생활’이라 불리는 ‘싸바싸바’와 아부 등 개인적 친밀도에 따라 평가가 좌지우지되는 경우도 나타나는 것이다.
인력을 관리 운용하는 조직에서는 어떻게든 이를 객관화시켜보고자 다양한 툴을 도입하고, 시도한다.
직장인의 점수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평가된다.
첫 째는 말할 것도 없이 성과 달성도이다. 이는 연초 세운 목표대비 얼마만큼의 성과를 달성했는지를 따지는 것이다. KPI(Key Performance Indicators) 라거나, OKR(Objectives and Key Results)라는 그럴듯한 약자들로 불리지만 풀어쓴 이름을 보면 결국 목표대비 성과라는 단순한 수치화 방식이다.
두 번째는 조금은 더 정성적인 부분으로, 목표 달성 수준과 무관하게 개인의 ‘역량’을 평가하는 시스템이다. 360도 피드백, 핵심 역량 평가, 심리 및 인지능력 평가, 자기 평가, 피어 리뷰 등이 이런 방식의 평가 툴이라 할 수 있다.
본인 스스로의 평가와 주변 동료를 포함한 상하 관계의 조직원들로부터의 피드백을 포함하는 종합적 평가법으로, 객관적 수치화가 상대적으로 어렵고 인맥에 좌우되거나 조직의 라인화가 발생할 우려도 높다 보니 회사에서는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평가법이기도 하다.
첫 번째 평가법이 ‘폼’이라면 두 번째 평가법은 ‘클래스(급)‘를 평가한다고 볼 수도 있을 듯하다.
축구에서 골을 넣어 공격포인트를 잘 쌓는 폼 좋은 선수처럼 성과 달성률이 높은 직원이 있을 수 있다. 폼은 곧 점수이자 목표달성률이라는 객관적 수치이므로, 이런 직원은 고성과자라 분류될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수비는 전혀 하지 않고, 골대 앞에서 공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골이라는 성과만 차지한다거나, 골과 다름없는 또 다른 선수의 환상적인 어시스트 덕에 쉽게 성과를 올리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물론 차려둔 밥상을 걷어차듯 골대 앞에서도 발만 대면 되는 공도 골대 밖으로 차내 버리는 폼이 떨어지는 선수에 비하면 백번 나은 상황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자면 결국 이런 직원들은 주위로부터 신뢰를 얻기 어려워지고, 결국은 팀워크를 해치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그래서 진정한 우수 직원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두 번째 평가법을 통한 보완이 필요하다.
소위 급이 다른 선수들은 스탯만으로는 수치화되지 않는다. 경기 전체를 조율하고, 결정적 순간을 만들어 내고 팀의 분위기를 반전시킨다. 이들의 진가는 함께 경기를 뛴 동료와 상대편 선수들이 더 정확히 알고 있다.
이런 클래스는 헤트트릭과 같은 한 두 번의 압도적 폼을 보여준다고 쌓이지는 않는다. 오랜 시간의 노력과 꾸준함 끝에 본능적으로 발현되는 일하는 방식이자 ‘격’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당장의 성과가 다소 뒤처지더라도 문제 해결의 방식과 사람들과의 연대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결국 조직 전체에 긍정적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한 해 한 해의 성과는 여러 가지 주변 상황과 목표에 난이도에 따라 달성률이 요동칠 수 있다. 하지만 한 번 올라간 클래스는 쉽사리 변하지 않는다.
폼은 일시적이라도 클래스는 영원한 법이니까 말이다.
품격 있는 동료와 리더를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