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로운 일상공상15

by Parasol

한낮에도 해가 들지 않을 정도로 음침한 숲 속, 한 사내가 어둠 속에서 웅크리고 앉아 조심스레 흙을 뒤적이고 있었다.

그는 땅 속 깊숙이 무언가를 묻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과거에 숨겨둔 소중한 무언가를 다시 찾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몸짓으로 하염없이 흙을 들추었다 덮었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그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미소를 짓기도 하더니 또 한 순간은 눈시울이 붉어지며 눈물을 떨어뜨릴듯한 표정을 짓기도 하였다.


한참을 그 자리에 있던 그는 길고 긴 영화가 끝나기라도 한 듯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숲 밖으로 걸어 나갔다.


사내가 떠난 숲의 입구에는 자그마한 나무 간판이 흔들리고 있었다.


“버林: 추억들이 쌓이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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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버림’에 대해 짧은 소설처럼 써 보았던 글이다.


스마트폰 하나면 수천 장의 사진도 언제나 들고 다닐 수 있게 된 시대이지만, 견물생심이던가.. 사진 찍기가 쉬워진 만큼 시도 때도 없이 눌러댄 셔터로 언제나 저장 용량은 목전에 차 있다.


물론 ‘돈’만 있다면 얼마든 저장 용량을 늘릴 수 있는 것이 또한 현대의 자본주의시대이지만, 마음껏 여유를 부리기 어려운 시기에는 결국 결단이 필요하다.


추억 가득한 사진이지만 버릴 건 버려야 한다. 아쉬운 대로 오프라인으로 별도의 저장 장치로 피난을 시켜두고 핸드폰과 서버에는 주어진 용량 한도 내로 고르고 고른 사진들만 남겨둔다.


나는 오늘도 버림 속을 헤매다 돌아온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