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의 특별한 선물

98편의 기록 끝에 찾아온, 2025 신춘문예 당선 소식

by 이수 E Soo

한 통의 전화가 고요한 정적을 깼다. 크리스마스이브 저녁, 이슬아 작가의 책을 읽고 있던 중이었다.

"안녕하세요, 수진님! 캐나다문인협회입니다. 신춘문예 수필 부문 입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오늘 자 한국일보 신문 보셨나요?"

"네? 정말요? 제가요? 아뇨, 아직 못 봤어요."

한국일보에 작가 약력과 입상 소감, 그리고 사진을 이메일로 보내달라는 요청이었다. 자세한 안내를 받고 나서야 비로소 당선되었다는 사실이 실감 났다.

막연하게 '입상하면 참 좋겠다'라고 꿈같은 상상을 하기도 했고, 또 간절히 바라기도 했다. 전화를 받는 동안 가슴이 쿵쿵 뛰기 시작하더니, 전화를 끊고 나서도 한참 동안 진정되지 않았다.

한국에 계신 엄마에게 이 기쁜 소식을 전했다.

"크리스마스의 아주 특별한 선물이네! 축하해, 우리 딸!"

캐나다의 추운 겨울바람도 잊게 할 만큼 뜨거운 감동이 밀려왔다.

이번 당선작인 '유유자적, 그 계절의 아름다움'처럼, 내 삶의 한 페이지가 찬란한 빛으로 물드는 밤이었다.


올해 1월 중순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98편의 글을 썼다. 브런치북의 영광스러운 수상자도 아니고, 크리에이터 배지를 받지 못한, 그저 ‘작가’라는 이름을 가진 나였다.

나는 단순히 글쓰기가 좋아서 시작했다.

캐나다에서 디자이너로 살아가는 일상을 적어 내려가고, 매일이 다른 캐나다의 풍경을 바라보며 느꼈던 솔직한 감정들을 기록했다. 흔들렸던 마음과 자연으로부터 위로받았던 순간들. 그때마다 황홀하게 머물던 온도를, 바람을, 따사로운 햇살과 반짝이는 윤슬을 글로 길어 올리며 참 행복한 시간들을 보냈다. 그것이 2025년 한 해 동안 나에게 찾아온 가장 큰 행복이었다.

자연을 보며 위로받고, 글을 쓰며 스스로 다짐했던 올 한 해. 그렇게 시간은 흘러 어느덧 12월의 마지막 주에 닿아 있었다


90편 넘게 글을 쓰며 어느날 문득 의문이 생겼다.

'내가 제대로 쓰고 있는 걸까? 이렇게 쓰는 게 맞는 걸까?

앞으로는 어떤 글을 써야 하지?' 쉼 없이 달려만 왔던 글쓰기가 갑자기 어렵게 느껴졌다.

정작 글을 쓰고 있는 나조차 방향을 잃어버려, '이제 그만 써야 하나' 싶은 고민이 쌓여갔다.

내 글을 좋다고 말해주는 구독 작가님들은 계셨지만, 정작 내 글을 냉철하게 평가해 줄 사람은 없었다.

계속 쓰기만 하기에는 스스로 부족함이 많다고 느낄 때쯤, 배대웅(@woongscool) 작가님의 세미나를 듣게 되었다. 내 글의 부족함이 무엇인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채울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이었다.(전 글에도 언급)

작가님의 진솔한 피드백을 통해 '망글'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다. "감정을 다 싣지 말라"는 작가님의 조언은 내 글의 문제점을 꿰뚫는 일침이었다. 스스로 고민에 빠져있을 때, 냉정한 '대문자 T' 작가님을 만난 건 참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돌이켜보니 내 글은 감정이 주체하지 못할 만큼 흘러넘쳐 과한 부분이 많았다.

네 번의 세미나는 내 글을 다시금 정비하는 시간이었다. 감정에 푹 빠져 쓰던 습관을 버리고, 조금 더 이성적으로 문장을 쓰려 노력했다. 물론 나만의 색깔이 있기에 배대웅 작가님과 똑같은 글을 쓸 수는 없겠지만, 그 가르침은 내 글에 단단한 뼈대를 세워주었다.


독서 모임에 신춘문예 공모전 광고 링크가 올라왔다. '관심 있는 분은 참여해 보세요.'라는 그 문구에 가장 먼저 반응한 건 나였다. 그날부터 수필 부문 공모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캐나다에 살며 느꼈던 계절의 변화와 처음 이민 왔던 순간의 낯선 감정들을 하나씩 문장으로 옮겼다.

평소 브런치스토리에 써오던 글의 결을 따라 진솔하게 수필을 써 내려갔다.

마감일이었던 지난 12월 6일, 공모작 두 편을 제출했다. 이메일 전송 버튼을 누르는 그 짧은 찰나에도 손끝과 마음이 덜덜 떨렸다. 원고를 보내고 나서 발표 날까지 최대한 공모전 생각을 떨치려 애썼지만, 내심 매일 간절한 기도를 보탰다.

쉽지 않은 도전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인스타그램에 올리던 짧은 토막글과 블로그에 적던 일기, 그리고 브런치스토리 작가가 된 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짧은 경력이 내 글쓰기의 전부였기 때문이다. 늘 나는 글쓰기에 턱없이 부족한 사람이라고만 느껴졌다.

내가 좋아서 시작한 이 일을 더는 이어갈 수 없을 것 같아 지쳐갈 때쯤, 기적처럼 당선 소식이 찾아왔다. 그것은 내게 글쓰기를 절대 놓지 말라는 다정한 신호 같았다. 앞으로도 나의 시선과 감정, 그리고 따스한 온기를 계속해서 써 내려가라고 커다란 에너지를 불어넣어 주는 듯했다.


기뻤다.

무엇보다 내가 스스로 해냈다는 사실이, 그리고 내가 왜 글을 써야 하는지 그 이유를 분명히 알게 된 것이 가장 기뻤다.

2025년 캐나다 신춘문예 수필 부문 당선.

나에게 올해는 후회 하나 남지 않는, 참으로 가치 있는 해였다. 작가로서 글쓰기를 시작해 당선이라는 선물로 한 해를 마무리할 수 있어 감사하다. 나 자신이 더없이 뿌듯한, 참 특별한 2025년이었다.


(비록 지금은 연락이 닿지 않지만, 처음 글쓰기를 권유해 주었던 작가 친구에게도 마음을 전하고 싶다. 언젠가 이 소식을 듣는다면 누구보다 기뻐해 줄 거라 믿는다. 너로 인해 내가 작가가 되었다고, 정말 고맙다고.)

때로는 멈추고 싶을 때가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할 수 있다는 그 마음이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했어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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