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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결이 좋은 오늘, 마음의 온도는

어제보다 오늘이 아름답잖아.

by Soo 수진

Beautiful day, Today!
출근길, CBC 라디오에서 반복적으로 흘러나오던 말.
"Beautiful day, today!"

어젯밤부터 기온이 뚝 떨어졌고, 금요일 아침 공기는 놀랍도록 쿨하고 상쾌했다.
참 오랜만에 느껴보는 신선한 바람이었다.
차 창문을 활짝 열자, 눅눅하던 공기가 산뜻하게 날아갔다.
그 바람이 내 마음 깊은 곳까지 들어와 마음을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듯했다.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이후,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는 일도, 매일 아름다운 캐나다의 날씨를 스토리에 기록하던 습관도 자연스레 멈췄다.

그저 조용히, 나만의 공간에 나만의 마음을 브런치에 기록하는 중이다.

그러던 어젯밤, 우연히 친구의 인스타를 봤다. 한동안 멈춰 있었던 친구의 스토리가 다시 움직이는 걸 본 순간,
쿵. 마음이 내려앉았다.

'역시 힘들었던 건 나였구나.'
'너는 네 자리에서 잘 살아가고 있었구나.'

그 짧은 장면 하나로 온몸이 무너지는 기분이 들어 나는 인스타 알림을 껐고, 메인 홈에서 앱 아이콘을 지웠다.
이렇게라도 해야 내 마음이 상하지 않을 거 같았다.

잠잠해지던 마음이 다시 울컥했고, 혹시라도 또 우연히 너의 피드나 스토리를 마주친다면,
나는 아마 또 분노가 올라오고, 무기력해질 것만 같았다.

그 마음을, 나 스스로 잘 알고 있었기에 오늘 아침의 이 아름다운 날씨에도 나는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는 감정이 별로였다.


차라리 소리 내어 울고 싶지만, 어른이라는 이유로 오늘도 조용히 눈물을 삼켰다.

이유 없는 이유를 애써 찾아보려 해도, 모든 게 알 수 없는 것투성이다.

그럼에도 나는 다짐했다. 오늘의 아름다운 날씨처럼, 나의 매일도 조금 더 아름답기를.

내 마음을 가두고 어두운 곳에 숨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조심스럽게 나 자신을 돌아보았다.

내가 누군가에게 억울함을 안긴 적은 없었을까?
나로 인해 누군가 화가 나거나, 마음에 상처를 입은 적은 없었을까?

이건 나를 자책하기 위함이 아니다. 그저, 내 주변 사람들에게 내 존재로 인해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만약 그런 일이 생겼다면, 나는 회피하지 않고,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관계로 나아가고 싶다.

서툴지만 그렇게, 나는 성숙한 어른이 되어가고 싶다.


사람이 사람인 이유

사람이 사람인 건

사랑이 조금 눌려서라고

꾹꾹 눌러 담은 쌀밥처럼

고은 말 고르다 닳은 지우개처럼

두 품이 포갠 그 온기가

날아가지 않게

사라지지 않게

사람이 되게

-미지의 서울. 김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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