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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Aug 09. 2021

스웨덴 룬드에서 석사 논문을 쓰기까지 -2-

중간 점검

지난 글에서는 석사 논문을 시작하기 위해 주제와 지도 교수를 정하는 과정과 처음 시작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이번 글에서는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후 중간 점검하는 과정들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1. 주제와 지도 교수 정하기

2. 연구 시작과 발표, 그리고 미팅 참석

3. 첫 번째 중간발표

4. 초안 제출

5. 두 번째 중간발표

6. 완성본 제출

7. 졸업 발표

8. 수정 후 최종 제출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하는 건 첫 봄학기이다. 한 학기 동안 배경 지식을 익히고 연구에 필요한 도구들을 사용하는 방법을 배운다. 그리고 지도 교수가 내주는 과제들을 해나가며 조금씩 연구에 발을 들이는데 뭔가 그림이 그려진다 싶으면 학기가 끝나버린다. 봄학기가 끝나면 여름방학이고 여름방학엔 지도 교수고 뭐고 다 휴가를 떠나버린다. 나도 여름 방학 동안에는 다른 연구 활동을 했었어서 내 연구를 계속할 수 없기도 했지만 뭔가 그림이 그려지는데 연구를 잠시 멈춰야 한다니 조금 아쉽기도 했다.


첫 번째 중간발표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석사 연구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것은 아니다. 여름이 끝나고 가을학기가 시작하자마자 중간발표를 하기 때문에 사실 여름방학 동안 ppt와 발표 준비를 해야 한다. 첫 번째 중간발표는 15분이고 석사생들과 코디네이터만 모여서 하는 발표기 때문에 그렇게 어려운 발표는 아니지만 새로운 연구분야를 처음으로 정리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가며 발표 준비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렸다. 무엇보다 낯선 단어들을 발표 때 자연스럽게 내뱉기 위에 단어들을 입에 붙이는 과정이 제일 오래 걸렸다. 자료를 정리하고 자세히 모르고 넘어갔던 부분을 파고들고 단어와 문장을 반복해 내뱉으면서 외우다 보면 어느새 여름이 끝나고 발표날이 다가와 있었다.


중간발표에서 15분의 발표를 마치고 나면 석사생들끼리 서로 질문하고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스피드는 어땠는지 슬라이드는 보기 편한지 어려운지 등등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들에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


논문 초안 제출

중간발표가 끝나면 다시 연구 활동을 이어간다. 시간이 지나고 가을학기가 끝나갈 때쯤 논문의 초안을 제출한다. 사실 이때 내가 뭘 했길래 벌써 초안을 쓰지? 싶지만 쓰다 보면 어느새 Introduction과 method를 완성한다. 물론 결과와 결론에는 아직 쓸 게 없었다. 그래서 그냥 예상되는 결론과 결과 앞으로의 연구 계획 등을 적어서 제출한다.


이렇게 제출한 초안은 examiner가 보고 연구의 방향, 어려운 점, 보안할 점 등등에 대해 피드백을 준다. 미팅에서 examiner와 이야기할 때 바로 알 수 있었다. 아 내 초안 대충 읽었구나... 뭐 examiner입장에서는 아직 완성도 안된 초안을 자세히 읽을 이유를 못 찾아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퀄리티 있는 피드백을 기대했던 나에게 너무 일반적인 피드백은 만족되지 않았다. 친구들과 이야기해보니 내 examiner는 초안에서는 별로 도움을 안 주는 걸로 유명했다. 대신 최종 논문을 수정할 때 엄청 도움이 된다고 하니 실망감을 잠시 접어두었다. (실제로 최종 논문 수정 때 어마어마한 피드백을 받았다.)


두 번째 중간발표

초안을 제출하고 크리스마스, 새해를 지나 봄학기가 시작하면 다시 두 번째 중간발표를 한다. 이번엔 25분으로 분량도 더 많아졌고 이 발표엔 지도교수도 들어와서 내 발표를 듣는다. 사실 이쯤 연구에 문제가 생겨 진척이 없던 때라 발표에 넣을 내용이 없었다. 쥐어짜고 쥐어짜도 20분을 못 채웠고 피드 백중에 너무 일찍 끝났다는 코멘트도 받았다. 교수도 내용이 별로 없어서 안타깝긴 하지만 우리가 지금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잊어버리고 문제 해결에 집중하자고 했었다. 사실 나도 이때 발표보다는 문제 해결에 더 집중하고 있던 상황이어서 부정적인 피드백이 있어도 전혀 정신적인 타격이 없었다. 아니면 이미 연구에서 멘탈이 갈려 더 이상 갈릴 멘탈이 없었던걸 지도...


나중에 알았지만 이 모든 중간 과정들은 채점이 됐다. 물론 해내기만 하면 패스를 주는 시스템이었지만 나중에 최종 평가를 받아 들었을 때 중간 과정 점수들을 보고 이게 뭔가 싶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평가를 한다고 했으면 연구보다 중간 점검들에 엄청 신경을 쏟았을 거 같기도 해서 모르는 게 약이었던 것 같다.


다음 글에서는 논문 완성본 제출과 졸업 발표, 그리고 수정 후 최종 논문 제출까지 다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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