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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Aug 23. 2021

스웨덴 룬드에서 석사 논문을 쓰기까지 -3-

가장 바빴던 마지막 기간

지금까지 석사 논문 연구의 시작과 중간 과정들에 대해 2편에 걸쳐 이야기를 했다. 이번 글에서는 석사 과정의 마지막 학기에 어떤 식으로 연구를 했고 논문을 완성했는지 그리고 졸업발표는 어떻게 준비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겠다.


1. 주제와 지도 교수 정하기

2. 연구 시작과 발표, 그리고 미팅 참석

3. 첫 번째 중간발표

4. 초안 제출

5. 두 번째 중간발표

6. 완성본 제출

7. 졸업 발표

8. 수정 후 최종 제출


석사 2년 과정의 마지막 학기는 정말 바쁘다. 학기가 시작하자마자 두 번째 중간발표를 하고 바로 석사 프로그램의 마지막 수업에 집중해야 한다. 마지막 학기의 첫 두 달은 수업과 연구를 병행해야 한다. 병행이라고는 하지만 연구의 데드라인들은 사실 수업 이후에 몰려있고 수업에 과제들은 당장 들이닥치는 문제라 연구에 그다지 집중할 수는 없었다. 이때 바쁠 것을 예상하고 쉽기로 유명한 수업을 들어서 다행이지 수강 신청기간에 종종 도지는 모험심이 발동했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다.


이 당시 나와 지도 교수는 연구 시작 전 세워뒀던 가설들을 바탕으로 만든 모델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고 문제 해결을 위해 골머리를 썩고 있던 시기였다. 당장 연구를 진행시켜서 마무리를 지어도 모자랄 판에 시작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는 생각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수업과의 병행되는 스케줄과 코로나로 집에 박혀 학교 오피스에 가지 못하는 게 나에게는 너무 힘들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만 수업은 못하지도 잘하지도 않은 성적을 받고 무사히 끝냈고 연구의 가설들은 교수가 다시 세웠으며 나는 그 새로운 가설들을 바탕으로 새롭게 모델을 만들고 연구의 방향성을 바꾸었다. 지도 교수는 원래의 연구방향으로 계속 나가고 싶어 하는 눈치였지만 내가 박사과정도 아니고 당장 한 달 이내에 논문을 완성해야 하는 석사생 입장에서 그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지도 교수도 뭔가 더 욕심이 나긴 하지만 석사생의 프로그램 구성상 그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내가 잡은 연구 방향을 적극 서포트해줬다.


보통 이런 식으로 석사 논문 연구의 성과가 나쁘지 않고 욕심이 나는 연구라면 석사 이후 연구를 더 이어나가 저널을 내는 경우가 많이 있지만 나는 석사 논문 외에 추가로 하고 있던 연구가 있었고(이 당시 이 연구는 석사 논문에 완전히 밀려 4개월 동안 멈춰있던 상태였다.) 나의 앞으로의 연구 분야는 석사 연구와 완전히 다른 길을 가기로 마음먹은 상태라 지도 교수의 열정을 애써 모른 척했다. 


그렇게 새로운 연구 방향을 가지고 논문 완성본 제출 1달 전 본격적으로 논문을 쓰기 시작할 수 있었다. 지금껏 마구잡이로 뽑아냈던 그래프들을 정리해서 통일된 포맷으로 뽑아내고 여기저기 분산된 정보들을 한눈에 보기 좋게 정리해가며 한 달을 보냈다. 한 달 동안 지도 교수에게서 총 2번의 첨삭을 받았고 첨삭에 대한 미팅으로만 수도 없이 했다.


그렇게 써낸 논문을 제출하고도 나는 바로 쉴 수 없었다. 바로 2주 뒤에 있을 졸업 발표를 준비해야 했다. 우리 학과의 졸업 발표는 총 1시간으로 45분의 발표와 15분의 질의응답 시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45분의 발표는 지금껏 중간발표에서 해온 대로 하면 됐기에 크게 걱정을 하지는 않았다. 더군다나 코로나로 온라인으로 발표하기 때문에 내가 편한 장소에서 혼자 떠드는 느낌이라 긴장에 대해서는 조금도 걱정이 안 되었다. 하지만 마지막 15분의 질의응답은 매우 걱정이 되었다. 석사생 한 명당 1명의 examiner와 다른 1명의 committee member가 정해지는데 이 두 명이서 내 논문과 발표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문을 한다. 배경 지식에 대한 질문은 물론 다양한 시선의 심층 질문들도 많이 나온다. 그리고 이 시간 동안 내 석사 논문의 점수가 매겨진다. 학부 때는 졸업발표라는 걸 한 적이 없어서 더욱 걱정이 되었다.


졸업발표를 준비하는 2주 동안 지금껏 해왔던 연구들을 다시 한번 들여다봤다. 조금이라도 분명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면 다시 꼼꼼하게 공부하고 지도 교수에게 물어보면서 연구하는 동안 무심코 지났쳤던 구멍들을 차근차근 메워갔다. 지도 교수도 이런저런 질문들을 들고 와서 나에게 어떤 식으로 대답하겠냐며 물어봤고 내 대답의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 주웠다.


그렇게 알찬 2주를 보내고 드디어 졸업발표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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