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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Jun 15. 2021

스웨덴 룬드 천문학과의 근로 환경

천체물리학 석사생이경험한 working environment

스웨덴 룬드 대학교 천문학과에서의 첫날은 기존 석사생들과 인사를 하고 학과 건물 소개를 받았다. 이후엔 나에게 배정된 오피스와 오피스 메이트들의 소개를 받았다. 학과 건물에서 석사생들에게 배정된 오피스들은 총 3개였고 1, 2학년을 합쳐 18명의 석사생들은 이 3개의 오피스에 6명씩 나눠져 책상을 배정받았다. 오피스가 생기니 수업이 없어도 학교에 가게 됐고 학교에서 오전 오후 시간을 모두 보내다 보니 새로운 스웨덴의 근로 환경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었다.


1. 출퇴근 시간이 제각각이다: 이건 대학이기 때문에 적용되는 특징이겠지만 정해진 시간에 사람들이 출근하는 게 아니었다. 각자 자신의 스케줄에 맞춰 학교에 출근했고 업무를 시작했다. 일찍 학교에 나온 사람들은 보통 일찍 퇴근을 했고 늦게 출근한 사람들은 늦은 저녁에 집에 갔다. 어떤 경우에는 오후 느지막이 출근해서 밤늦게 퇴근하는 사람도 있었다.

 

2. 업무시간도 제각각이다: 오후 느지막이 출근했다고 해서 항상 밤늦게 퇴근하는 것도 아니다. 오후에 출근했다가 그 누구보다 일찍 퇴근하는 경우도 많았고 이른 아침 누구보다 일찍 나왔지만 누구보다 늦게 학교에 남아있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이런 업무 시간의 유동성은 어떤 식으로 일을 하던 주어진 업무를 제시간에 제대로 끝내기만 하면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 때문인 것 같았다. 아무리 오랜 시간 오피스에 남아있는다고 해도 업무의 결과가 형편없다면 아무 소용없는 성과위주의 시각이기도 했지만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기도 했다. 다행히 나에겐 이런 분위기가 너무도 잘 맞았다. 내가 오피스에 오래 앉아있는다고 누가 좋게 봐주는 것도 아니었고 적게 앉아있는다고 나쁘게 보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내가 가져온 결과물이 좋다면 좋게 평가했고 부족하다면 그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나는 외부에서 비치는 내 모습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었고 오로지 혼자만의 시간에 집중해서 내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오피스에서 일하다 창밖을 봤는데 관측 타워에 걸린 하늘과 구름이 너무 이뻤다.

3. 피카(FIKA) 시간: 스웨덴에서는 하루에 한 번에서 두 번 사람들이 모여 티  또는 커피 그리고 디저트류를 곁들여 먹는 시간이 있다. 우리 학과의 경우에는 오전 10시와 오후 3시에 각 30분씩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과 연구원들 스탭, 교수들이 모여서 티나 커피를 마셨다. 이 시간이 나에게는 가장 값진 경험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 더 빠르고 편안하게 학과와 스웨덴에 적응할 수 있었고 많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무엇보다 한국의 수직적인 업무환경과 미국의 학생을 압박하는 환경에 익숙해져 있던 나에게 다른 연구원들이나 교수들과 친해지고 심적으로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벽을 허물어준 시간들이었다. 지금은 코로나로 학교에서의 피카가 완전히 없어지고 그저 조금 친한 친구들끼리만 하루에 한 번 화상으로 만나는 것만 남았지만 그때의 시간들이 지금도 나에겐 너무나 소중하다. 그리고 한 가지 더 피카의 좋은 점이라면 오전 오후 시간을 더 쪼개서 학업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피카 시간의 특성상 오전을 2개로 나눠 2,3시간만 집중하면 사람들이랑 수다 떨고 놀 수 있다는 생각에 내 공부시간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


4. 나의 삶을 최우선 하는 분위기: 친구들이나 다른 연구원들 또는 지도교수랑 이야기하다 보면 내가 나 자신을 너무 몰아붙이고 엄격하게 대할 때 그들이 나에게 가장 먼저 하는 말은 너의 생활이나 컨디션이 지금 괜찮은지 물어보는 것이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잠시 내 상태가 어떤지 점검하게 됐고 그 상태가 건강하지 않다면 주변에선 다들 일단 쉬라고 하며 이 일에 나 자신을 너무 희생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리고 그들이 조금이라도 도울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언제든 돕겠다고 응원했다. 내가 꼭 해내야만 하는 일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면 이 일을 조금이라도 효율적으로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 있도록 조언과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이런 환경에서 공부를 해본건 처음이어서 충격이기도 했지만 나와 너무 잘 맞아서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또 즐겁게 공부할 수 있었다. 학부 때는 내가 과연 연구원이 될 수 있을까 이 길을 계속 갈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괴롭기만 했는데 지금은 이런 곳이라면 내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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