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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Oct 22. 2021

우주에서 티끌모아 태산이란

Pebble accretion

Pebble을 번역하면 조약돌, 자갈이다. 천문학에서도 pebble은 조약돌, 자갈을 의미한다. 우주의 먼지들이 모여 몇 센티미터 크기가 되면 pebble이라고 부른다. 우주에서 조약돌은 아주 미세한 존재이다. 지구를 놓고 보면 조약돌이 보이기나 할까. 그럼에도 이 조약돌은 지구 같은 행성이 탄생하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행성의 탄생을 먼지에서부터 시작하면 글이 너무 길어지니 킬로미터(km) 크기에서부터 시작해보겠다. 어쩌다 보니 원시 행성계 원반(protoplanetary disk: 어린 별 주위로 원반 형태의 먼지와 가스의 집합체)에 km 크기의 물체가 생겨났다. 이 물체는 질량을 가지고 있고 당연히 중력 또한 가지고 있다. 끌어당기는 힘인 중력 덕분에 이 물체는 직접적인 마주침 없이 근처를 스쳐 지나가는 다른 질량들을 모두 끌어모은다. 스쳐 지나가거나 끌려오는 것들의 속도가 너무 빠르지 않은 이상 이 물체는 다른 질량들을 흡수해서 몸집을 키운다 (충돌로 인한 붕괘나 튕겨짐은 생략하도록 하겠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큰 질량을 흡수하면 더욱 빠르게 몸집을 키울 수 있을 것 같다. 찰흙을 뭉칠 때 한 번에 큰 덩어리들을 뭉쳐서 더 크게 만들지 어느 세월에 작은 알갱이들을 모아서 큰 덩어리를 만들까. 하지만 우주에서는 다르다. 큰 덩어리라 함은 큰 질량을 의미하고 큰 질량을 끌어오기 위해선 그만큼 큰 힘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우주에선 큰 덩어리끼리의 흡수보단 하나의 큰 덩어리가 다른 작은 덩어리들을 흡수하기 더 쉽고 자주 일어난다. 여기서 큰 덩어리가 km 크기의 한 물체이고 작은 덩어리가 조약돌이라고 할 때 그 흡수를 Pebble accretion이라고 한다. 


실제로 많은 연구에서 pebble accretion이 행성을 탄생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Pebble accretion은 효율이 좋고 더 자주 그리고 오랫동안 지속되기 때문에 질량을 늘리는데 아주 효과적이다. Pebble accretion을 빼놓고는 지구형 행성(terrestrial planet)같이 상대적으로 질량이 가벼운 행성부터 목성형 행성(giant planet)처럼 무거운 행성의 탄생을 설명하기 어렵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연구에서도 pebble accretion을 비중 있게 다룬다. 처음엔 이게 과연 얼마나 중요할까 싶었지만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티끌들이 모여 태산을 이루는 과정이 너무나 신기하고 자연의 대단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요즘엔 티끌은 티끌이고 태산은 태산이라지만 결국 무언갈 이뤄내는 건 티끌이라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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