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천체물리 석사생의 인턴쉽 찾기
스웨덴에서 석사를 하면서 2년 동안 한 번의 여름 방학이 있다. 기간은 약 3개월 정도 된다. 이 기간 동안 한국에 돌아가도 되고 유럽여행을 해도 되지만 많은 학생들이 인턴쉽을 한다. 기간은 다양하지만 내 주변은 보통 10주 정도 했다. 나도 여름방학이 다가올수록 인턴쉽을 찾았다. 하필 코로나가 막 터졌던 시기라 지원했던 인턴쉽이 그대로 진행이 될지 불확실했다. 유럽의 다른 나라들이 국경을 닫기 시작했고 그나마 스웨덴 내의 연구 기관들도 새로운 사람을 받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는 말을 들었다.
사실 룬드에 이미 흥미가 있는 연구가 있었고 굳이 다른 곳으로 가야 할까 지낼 곳도 있고 아는 사람도 많은 룬드에서 인턴쉽을 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룬드에서는 따로 인턴쉽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게 아니라 이미 진행되고 있는 또는 진행될 예정의 연구를 이끄는 교수 또는 연구원에게 나도 참여하게 해 달라 요청을 해야 했다. 따로 공지가 나오는 것도 아니어서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하듯 한 사람 한 사람 찾아가서 직접 물어봐야 했다.
다행히 나는 다른 교수들과 연구원들이 있는 곳에서 오피스를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접근성이 좋았다. 그저 복도를 지나가다가 눈여겨봤던 연구를 진행하는 교수나 연구원이 그들의 오피스에 있으면 노크하고 들어갔다. 그렇다고 바로 참여할 수 있는 연구를 찾은 건 아니었다. 새로운 사람을 쓰기 위한 펀딩이 없다던가, 학생을 지도하며 연구를 진행할 여력이 없다던가, 여름 동안 자신도 다른 기관에 가서 연구할 거라던가, 또는 여름 내내 휴가를 떠날 계획이라던가 등등 거절의 이유는 다양했다. 그렇게 자리를 찾아다닌 지 한 달이 지났을 무렵 관심은 있지만 곧 학교를 떠난다고 했었던 연구원과 복도에서 마주쳤고 혹시나 해서 물어봤다.
"저번에 다른 곳 면접 본다던 거 어떻게 됐어? 잘 됐어?"
"응. 잘 됐어. 그쪽에 포지션을 받아서 가게 될 것 같아."
"아... 그러면 곧 이별이겠네. 너무 아쉽다."
"음...? 아직 안가. 빨라도 내년에 갈 거야."
이때 뭔가 촉이 왔었다. 작년에도 석사생과 여름 동안 함께 연구를 했다는 이야기도 들었었고 최소한 이번 여름 동안은 학교에 남아있겠구나 싶었다.
"그럼 이번 여름에 뭐해?"
"학교에서 평소처럼 일을 할 생각인데 왜?"
"내가 여름 동안 할 수 있는 연구 자리를 알아보고 있는데 그전부터 네 연구에 관심이 많았거든. 하고 있는 연구 중에 내가 같이 할 수 있는 자리가 있을까?"
"음... 자리는 있긴 한데 내가 펀딩이 없어서..."
이번에도 역시 돈이 문제인가 싶었다. 돈 안 받아도 되니 나를 받아줘!라고 하고 싶었지만 돈을 받는 자리가 필요하기도 했고 학교의 분위기가 여름 동안 일한다면 당연히 월급을 줘야 한다는 분위기여서 내가 돈 안 받아도 된다고 해봤자 통할 것 같지도 않았다.
"일단 내 지도교수에게 한 번 물어볼게. 그가 월급을 줄 수 있을지도 몰라."
속으로 쾌제를 불렀다. 이 연구원의 지도교수는 이미 가지고 있는 펀딩도 많지만 새로운 펀딩들도 잘 따오기로 유명했고 여러 학생들을 여러 연구에 고용하기로 유명한 교수였다. 펀딩만 해결된다면 자리를 줄 수 있다는 뉘앙스에 나는 이건 됐다 싶었다.
연구원의 지도 교수는 우리가 진행할 연구와 나의 이전 연구 이력 그리고 대략적인 연구 계획들을 들어보고는 바로 오케이를 했고 방학 전까지 고용을 위한 서류 작업과 배경 지식을 공부하며 인턴쉽 준비를 했다.
여름 동안 정말 열심히 그리고 재밌게 연구를 했다. 워낙 흥미가 있던 분야여서 이 연구를 통해 앞으로의 진로도 어느 정도 결정하게 됐다. 스웨덴은 최저임금이 정해져 있지 않아 계약 전까지 월급을 얼마나 받게 될지 몰랐는데 걱정이 무색하게 내 능력에 과분한 금액을 받게 되었다. 흥미 있는 분야를 공부하면서 진로도 찾고 돈도 벌었던 아주 귀한 경험의 여름 방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