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아이슬란드

두 번째

by Seventy one Kite

블루라군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희미하게 계란 냄새가 섞인, 따뜻한 목욕탕 냄새가 코를 감싼다, 익숙한 냄새다. 마치 플래시가 터지듯 기억이 스쳐 지나가고 나는 어느새 과거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아파트 창문을 모두 열어 봄바람이 불어오는 어느 날씨 좋은 일요일 낮, 가족 모두 거실에 앉아 Tv속 전원 일기를 보며 맛있는 점심을 함께 먹는다. 엄마는 우리 삼 남매에게 본인이 먹은 그릇은 스스로 싱크대 개수대에 놓아두길 선언했다. 물론 동생은 아기라서 불가능했고 아빠는 아빠라서 제외되었지만.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엄마와 언니와 나는 찜질방 갈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선다. 찜질방 입구부터 목욕탕 냄새가 풍긴다. 맥반석방, 황토방, 아이스방, 다시 목욕탕, 빠질 수 없는 미역국, 식혜와 계란 , 탕과 찜질을 몇 번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4시간은 훌쩍 지나간다. 그렇게 나른해진 몸으로 집에 돌아올 때쯤은 하늘이 붉게 물들여져 있었다.


어른이 되면서 이렇게 오래 머무르기엔 심적으로 여유가 없고, 귀찮아서 어릴 때만큼 정기적으로 대중목욕탕을 찾진 않지만 , 나에겐 기분 좋은 추억을 되새겨주는 곳이기에 블루라군으로 가는 버스안도 그냥 기분이 좋아졌다. 땅 여기저기서 하얀 연기가 올라오는데, 곧 땅에서 용암이 터질 것만 같았다.

블루라군으로 가는 길

아이슬란드는 땅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 섬과 같은데, 유라시아 판과 북아메리카 판이 서로 밀어내는 곳에서 만나는 접점에 아이슬란드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매년 2cm씩 이 두 판이 멀어지면서 그 작용으로 용암이 분출되고 새로운 땅이 생긴다고 한다. 최근이 2024년 5월쯤에 용암이 분출되고 그 주변을 넓게 덮었다는데, 블루라군과 매우 가까운 곳이었다. 블루라군으로 가면서 그 현장을 직접 볼 수 있었는데, 갑자기 폼페이가 생각났다. 용암이 한마을을 뒤덮었고 마그마벽이 세워져있었다. 용암이 흘러들어오지않게 세운 벽이라고 한다.


물론 미리 피해서 큰 인명피해는 없었다지만, 아무튼 블루라군은 이렇게 화산 지역에 덩그러니 위치해 있었다. 그곳으로 가는 길에는 쇼핑센터 같은 것도 없고, 마치 땅을 파기 시작한 커다란 공사장을 지나가는 기분이었다. 그럴 것이 블루라군이 천연 온천인 줄 알았는데 , 알고 보니 아이슬란드는 지열로 전기를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지열 공장, 지열 발전소에서 수력 발전을 돌리기 위해 2000미터 땅아래에서부터 물을 끌어다가 사용한 물을 그 근방에 배출시켰고, 그 물이 여러 피부에 좋은 광물을 가지고 있어 인공적으로 만든 온천이라고 한다. 일종의 심심한 조용한 야외의 친환경적인 스몰 부곡하와이라고 하면 될 것 같다.


이 물에는 실리카라는 성분이 풍부한데, 푸른빛을 띠는 주된 이유라고 한다. 이 날따라 날도 흐리고 바람이 거세게 불어 , 블루라군 주변이 온통 하얀 수증기로 뒤덮였다. 그 사이로 물이 푸른빛을 머금으니 마치 구름 사이에 떠있는 것만 같았다. 노천탕이라 바람을 막아줄 곳도 없어서 파도는 거칠게 요동쳤다. 파도가 뺨을 때리듯 몰아쳐 물세례를 잔뜩 맞았다. 섬나라라 물에 바닷물이 포함되어 있어 미지근한 바다에 몸을 담근 듯한 기분이 들었다.

여기가 무척 따뜻했는데 아마도 뜨거운 온천이 나오는 것같았다. 나도 이 근방에서 저 라군컬러 슬러쉬를 마시며 한참을 있었다.

온천 한가운데 작은 매장에서 마스크팩을 나눠주고 있었다. 사람들은 서로 얼굴에 바르며 행복해했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나도 덩달아 흐뭇해졌다. 출렁이는 온천의 소리와 바람이 귀를 스쳐 가는 소리는 마치 ASMR 스트리밍처럼 편안하고 듣기 좋았다.


나는 언제나 상대적으로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작은 행복을 얻는 데 최선을 다해 왔고, 이날도 역시 하찮은 행복을 얻었다. 하지만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이런 바이브를 느끼지도, 이 감정을 가질 수도 없었을 테니까. 자본주의적 관점에서 보자면, 마치 미래를 보고 큰맘 먹고 투자한 주가가 떨어졌지만, 그래도 배당금이 들어와 그나마 위안이 되는 기분 같다고 할까. 손익을 따지자면 이득일까 손해일까.


그래도 이 순간 블루라군이 주는 행복이 배당 이상의 가치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 순간 내 몫의 행복은 충분했으니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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