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아이슬란드

두 번째

by Seventy one Kite

전 날 화산 트래킹을 했으니 , 다음 날은 요트 고래투어를 하고, 오후는 로컬인처럼 레이캬비크 여기저기 걸어 다니려 했는데,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보니 눈보라가 상당했다. 곧 투어 캔슬 이메일과 문자가 왔다.

오전 내내 눈보라가 강하다 하니 실내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았다. Flyover라는 체험이 하나 있었다.

대형 곡선 스크린과 움직이는 의자, 바람도 비도 느껴진다고 평점도 좋았다 35분 정도에 아이슬란드 5000 ISK 정도라 조금 아쉽긴 했지만 위치도 레이캬비크 항구 근처에 있어 오늘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다녀오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낮잠을 자고 저녁에 밥을 먹고 7시쯤 드론을 타고 아이슬란드를 둘러보는 듯한 체험을 하는 Flyover에 가보기로 했다. 주소는 Fiskislóð 43, 101 Reykjavík, Iceland

항구쪽에 위치한 Flyover




4시쯤 밥을 먹고 도시를 둘러보다 6시쯤 그쪽으로 출발하면 되겠다 생각하고 오후 늦게 호텔을 나섰다.

삼십 분째 번화가를 맴돌고 있었다. 혼자 마음 편히 음식을 (말 그대로 간식이 아닌 식사다운 식사) 먹을 수 있는 곳이 보이지가 않는다. 처음 아이슬란드 여행 때 들렀던 식당이 보였다. 그때도 혼자였는데 아이슬란드 Gull 맥주까지 시켜가며 배부르게 먹고 나왔는데, 당최 몇 년 사이 성격이 갑자기 새색시로 바뀐 것인지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삼십 분째 계속 같은 곳을 돌고 있는 중이다. 눈먼지같이 날리던 것이 점점 굵어지고 많이 내리기 시작해서 가방에 눈이 쌓여가고, 길에는 어디서 흘러내려오는 물과 얼음과 그리고 지금 부는 차가운 바람과 함께 사방으로 내려치는 눈 때문에 걷기가 어렵고 난리도 아니었다. 길치다 보니 내 가방과 내 몸이 고생하는구나 하며 , 가방을 앞으로 돌려 매고 눈을 털어냈다.


나는 예전 초보 운전시절 거래처 가산동에서 회사인 성남으로 들어가는 길을 잘못 들어 평택까지 간 전력이 있었다. 출발한 게 낮 2시쯤인데 복귀하니 밤 10시였다. 이상하게 너무 잘 가고 있다고 신기해했다. 그런데 옆을 돌아보니 YKK의 고장 평택입니다인가 하는 푯말을 보았다. 네비의 도착지를 누르지 않고 그냥 운전을 했던 거다. 그래서 어째 오늘은 xx 앞에서 우회전하세요가 들리지 않았다. 이탈하지 않고 가길래 이제 실력이 늘었구나 생각했는데 역시 , 설상가상으로 기름까지 떨어져 주유를 해야 하는데 주유소도 보이지 않고 흘러들어 간 곳은 고속도로인데, 주유소길로 들어서지 못하고 지나길 몇 번 다시 돌아오길 몇 번, 기름칸은 빨갛게 반짝이고, 마음이 다급해지니 또 길을 잃다가 기어가 R로 되어있는데 D인 줄 알고 후진해 버려 지하도로로 떨어질뻔한 아찔한 순간까지 겪으니 눈물이 펑펑 났다. 거기다 핸드폰 배터리가 다되어 전화가 꺼져버렸다. 평택까지 갔다가 살인의 추억인 화성에서 또 길을 잃고 자꾸 사람 없는 논밭 아니면 공장지대이니 눈물을 질질 짜며 네비의 혹독한 수업을 받고 결국 사무실에 도착했다.

그 당시 주 6일 근무시절, 야근이 잦은 회사를 다니고 있었기에 우리 팀 일부 사람들은 야근 중이었다. 상무님이 너 사고 난 줄 알았다고 걱정이 많은 채로 퇴근하셨다했다.(?) 지금은 운전을 하지 않지만 보나 마나 나는 네비를 켜도 길치다. 그래서 구글맵을 따라가도 길을 쉽게 찾을 리 없었다. 예견된 놀랍지도 않은 나의 능력


저기를 들어가고 싶은데, 손님이 한 명도 없어서 못 들어가는 갑자기 엄청 소심한 사람이 되어있었다.

여행은 혼자 어디든지 잘 다니는 게 좋아서 혼자 가는 게 아니었든가? 나는 혼자 잘 다니고 지금까지 외롭다는 생각을 거의 해본 적도 없는데 , 식당다운 식당에 혼자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았고 2 이상의 사람들이 식당에서 즐겁게 얘기하며 먹는 것을 보니 , 나도 누군가와 함께 왔으면 더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늙어가는 건가? 예전 같으면 슈퍼에서 간단히 사서 호텔 가서 먹자 하고 말았을 텐데, 이날은 유난히 아쉬웠다. 단정 짓기 어려운 복잡한 생각들, 이것도 바쁘지 않으니 생각하는 사치스러운 고민이야라며 슈퍼로 발길을 돌렸다.

물과 눈과 얼음이 뒤덮힌 길
동상에도 쌓인 눈

슈퍼에서 피자와 몇 가지 먹을 것을 사서 호텔로 다시 들어왔다. 아무래도 눈이 계속 올 것 같아 젖은 가방을 두고 손 가벼이 가기로 했다.

호텔 방 맞은편은 헤어숍과 회사가 있었는데, 회사는 이미 다섯 시쯤 호텔에 돌아왔을 때 보니 불이 꺼져있었고, 헤어숍은 손님 2명 정도가 있었다. 창문 너머로 보이던 그 회사원은 일의 강도가 어쩔지 모르겠지만 왜서인지 그녀가 너무 부러웠다. 지금도 그 이유를 모르겠지만. 그냥 여유가 있어 보인다고 해야 하나 나는 회사에서 저런 모습으로 보일지 지쳐있는 모습으로 보일지 궁금해졌지만 답은 후자겠지.

그 답을 후자로 혼잣말하며, 불 꺼진 회사와 불 켜진 헤어숍 사이에서 피자를 씹었다. 손이 바빠지자 마음도 덜 복잡해졌다. 그렇게 허둥지둥 Flyover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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