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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멕시코시티(1)_'죽은 자들의 날' 축제

by 소망이 아빠




멕시코는 지금 "Día de los Muertos"


멕시코 시티의 첫날, Reforma 거리로 나갔다. 멕시코시티의 도시 중심지를 구성하는 가장 긴 도로는 Reforma다. 이 길을 따라 독립기념비와 혁명기념비 같은 대표적인 장소들이 위치하고 차풀테펙 공원과 국립 인류학 박물관도 이 길과 맞닿아 있다. 우리 나라로 치면 강남대로 정도 되는 것 같다.화창하고 따듯한 날씨 덕분에 널찍하게 뻗은 Reforma 거리가 더욱 활기차고 시원해 보였다. 평일 낮이지만 사람들이 북적이고 여기 저기 우렁찬 웃음소리가 들린다. 오늘 무슨 날인가 하던 차에 길거리에 장식된 형형색색의 조형물들이 눈에 띈다.


20171102_122638.jpg 서울의 강남대로가 떠오르는 Reforma 거리의 중심지
20171102_123709.jpg 독립기념비는 Reforma 거리의 대표적인 심볼이다
그 Reforma 거리에는 형형색색의 조형물이 가득했다. 아직까지 이 날이 무슨 날인지 몰랐던 나는 왜 이렇게 해골 테마가 많은지, 이게 무슨 의미일지를 몰라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11월 1일과 2일은 멕시코를 대표하는 축제이자 명절인 '죽은 자들의 날' (Dia de los Muertos)이다. 죽음도 삶의 일부로 여겨 '먼저' 죽은 자들을 기리는 날이라고 하는데 특히 1일은 아이, 2일은 어른의 넋을 기린다고 한다. 그래서 10월 말부터 집 안에 제단을 꾸미고 노란 호박이나 꽃, 먹을 것들을 올려두고 영혼 손님들을 맞을 준비를 한단다. 사실 이 축제에 대해서 미리 알고 어제 멕시코에 온 건 아니었다. 길거리의 조형물들이 유독 해골이나 유령, 괴물같은 것들만 있길래 (그리고 평일 낮인데 사람이 너무 많길래) 검색해보니 마침 오늘이 '죽은 자들의 날' 축제의 절정인 11월 2일이었던 것이다.


오후가 되면서 아이부터 어른까지 귀신 분장을 한 사람들이 점점 눈에 띄기 시작했다. 아마 '제사'를 지내는 원래 풍습에서 마치 할로윈처럼 분장을 하고 즐기는 문화로 발전된 게 아닌가 싶다. 조커나 유령, 괴물분장을 한 사람들이 조형물 앞에서 사진을 찍느라 길거리가 꽉꽉 미어 터진다. 오후의 햇살이 더 뜨거워져서 땀이 날 정도지만 모두 아랑곳 않는 눈치다. 대목을 맞아 길거리엔 팝콘, 옥수수, 또르띠아, 아이스크림 등을 파는 상인의 목소리가 거세고, 작은 장난감 같은 걸 파는 좌판도 여럿 보인다.


'죽은 자들의 날'의 풍습과 기원을 잘은 모르지만 딱딱하게 느껴지는 '제사'를 이렇게 다르게 받아들이고 즐긴다는 게 조금 신기했다. 그리고 어릴 적 할아버지랑 아버지들의 뒷모습을 보며 다리에 쥐가 나도록 절하고 뒤돌아 서있었던 '제사'가 문득 떠올랐다. 문화의 우위는 없지만 남녀노소 모두 즐겁게 어울리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원래 명절 기간은 11월 1일과 2일의 이틀이지만 보통 주말까지 껴서 근 일주일은 즐기는 모양이다. 아니 오히려 주말동안 멕시코 시티는 더 화려하고 열정적으로 빛났다. 토요일에는 Reforma 거리에 자동차 대신 자전거와 퍼레이드 행렬이 그득하게 들어찼다. 물론 죽은 자들의 날인만큼 각종 귀신분장과 코스튬이 눈을 어지럽게 했다.


강남에 강남대로가 있다면 강북엔 광화문 광장이 있다. 멕시코 시티의 광화문 광장, 소칼로 광장에서는 좀 더 흥겹고 자유로운 축제가 펼쳐졌다. 흥미로운 것은 광화문 광장과 강남대로처럼, 소칼로 광장에는 전통적인 건물들이 (대성당, 궁전, 정부청사 등) 위치하고 강남대로 격인 Reforma 거리에는 각종 글로벌 기업들의 고층 빌딩들이 들어서 있다. 소칼로는 '배꼽'이라는 뜻으로 여느 중남미 도시의 중심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시민 광장이다. 궁전과 대성당, 정부청사 건물에 사방이 둘러쌓여 더욱 화려하게 빛나는 소칼로 광장, 이 곳의 축제는 좀 더 자유롭고 흥겨운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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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03_203733.jpg '죽은 자들의 날' 축제 기간에는 우리나라의 광화문 광장 쯤 될 소칼로 광장도 사람들로 가득했다.








멕시코 시티에서 느끼는 여행의 즐거움



특별하지 않은 동네를 한참동안 걷는다. 목이 마르면 천원짜리 물을 사고 배가 고프면 이천원짜리 타코를 사먹는다. 마침 주말이라 장터가 열려서 가뜩이나 좁은 길엔 천막들이 가득하다. 맛있는 냄새가 나고, 양쪽 귀에 쉼없이 말소리가 지나고, 여기 부대끼고 저기 부대낀다. 땀이 나고 다리가 아파오지만 길을 따라 계속 걸어본다. 여전히 특별하지 않은 동네, 그래도 그게 좋아서 그냥 걷는다.


말은 거의 통하지 않는다.한국어를 하는 시람은 당연히 없고 영어도 거의 모르는 것 같다. 나도 스페인어를 거의 모르니 길 하나 묻는 것도 재밌다. 익숙하지 않다는 것, 그래서 작은 일에도 많은 생각이 필요하다는 것, 낯선 사람에게 일단 웃어보인다는 것, 멋진 장소나 유적지도 좋지만 이런 이유들로 여행은 늘 즐겁다.

(꽤 많은 나라에 가봤지만 이렇게 키스하는 커플이 많은 곳은 처음이다. 그러다 멕시코 특유의 음악이라도 나오면 그대로 붙은 채로 춤을 추기 시작한다. 아따, 외로운 여행자에 대한 배려가 없구먼


깊은 커피 맛으로 유명한 한 카페. 가게 앞 거리의 플라스틱 의자와 테이블이 다름 아닌 좌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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