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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중남미 여행을 마치며

by 소망이 아빠




4개월여의 중남이 여행이 끝났다. 그동안 이 거대한 대륙을 구석구석 돌아다녔다는 게 믿기지 않고, 이제 떠난다는 건 더욱 실감이 나지 않는다.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잘 먹고 잘 자는 게 얼마나 힘든 건지, 내 침대 내 변기가 얼마나 소중한지, 내가 사는 세상이 얼마나 지극한 일부인지, 그리고 삶의 모습이 얼마나 다양한지...

생각해보면 늘 저울 위에서 살았다. 어느 학교, 어느 직장, 얼마의 연봉, 어떤 동네, 어떤 자동차까지, 나도 모르는 새 저울 위에서 나와 남을 재고 비교하며 살았다. 그런 삶에 익숙해져 있었다. 여행을 오기 전, 중남미 국가를 생각하면 ‘후진국’, ‘못사는 나라’, ‘위험한 곳’ 정도가 떠올랐다. GDP니 OECD니 하는 잣대로 한 나라를 바라보고 평가하기 쉬웠다. 하지만 그런 잣대로 어떤 나라를 보는 건 매우 미개한 것이었다.

중남미를 여행하며 느낀 가장 큰 차이, 지구 반대편 이 곳은 저울 자체가 없는 느낌이었다. (물론 서구화된 중남미의 몇몇 ‘선진국’과 대도시는 아니지만) 재고 싶어도 저울이 없으니 ‘잘 산다’는 기준도 저울 위에 있지 않았다. 그 차이가 처음엔 꽤 혼란스러웠다. 낙후된 시설과 지저분한 도로, 경제적 빈곤 등은 그저 불편함으로 다가오기 쉬웠다.

표정, 웃음소리, 모르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 친절함... 한 나라를 볼 때 (혹은 평가할 때) 진짜 살펴봐야 하는 건 이런 것이었다. GDP와 OECD같은 잣대로는 그런 생동감 넘치는 것들을 반영할 수가 없다. 생동감. 그래, 중남미는 딱 그런 곳이다. 따듯하고 유쾌한 사람들이 밝게 인사하는 곳.

부에노스 아이레스 공항으로 가는 길, 창 밖의 마지막 풍경이 슬프게 느껴진다. 4개월의 시간으로 이렇게까지 정이 많이 들 줄 몰랐다. Adiós, Mis Amig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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