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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기 Jun 01. 2024

새로운 인연이 만들어준 새로운 기회 ep.2

-기부콘서트 MC-

코미디언 김영철 님 강연에서 만난 또 다른 인연이 있다. 무대에서 꿈을 이야기하는 나를 보고, 다가와 응원한다며 인스타를 물어보았던 친구. 인스타를 안 하던 나는 인스타 아이디 대신 번호를 교환했다. 그날 저녁쯤 연락이 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동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친구에게 선함이 느껴졌다.


비록 짧은 만남이었지만 오래 알고 지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자연스럽게 말을 놓게 되었고 언제 한번 보자는 형식적인 인사말이 오고 갈 때쯤,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근데 솔직히 정확한 날짜 안 잡으면 안 만나게 되더라고 말 나온 김에 날짜 잡아서 보자. 응원해 줘서 고마우니까 내가 고양으로 갈게!" 부담이 되면 어쩌나 내심 걱정했지만 그 친구도 반갑게 받아주었다. 서로 스케줄이 안 맞아 2주 뒤에 만나기로 정했다.      

         

시간이 흘러 약속한 날짜가 되었다. 먼저 약속장소에 도착하자 친구가 기다리고 있었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카페로 들어갔다. 생각보다 어색하지 않고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농담도 주고받았다. 남자 둘이서 3시간가량을 떠들었다. 친구가 고양까지 와줘서 고맙다며 카페와 햄버거까지 얻어먹게 되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 친구가 밴드에서 베이스기타를 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친구의 꿈은 공연을 기획하는 것이라고 했다. MC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나와 연결고리가 보였다.


언젠가 함께 일하는 날이 올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친구가 무언가 생각난 듯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 밴드가 매년하고 있는 기부콘서트가 있어. 우리 밴드랑 다른 밴드들 섭외해서 수익금 전액을 기부하는 행사야. 올해는 연말에 크리스마스쯤 진행할 예정인데 지금까지 우리가 mc를 따로 섭외하지 않고 그냥 우리 밴드에서 말 좀 하는 친구한테 mc를 맡겼었는데 너 괜찮으면 mc를 봐줄 수 있어? 기부콘서트다 보니 페이는 따로 없고 이건 밴드나 스텝분들도 다 마찬가지야"


페이가 없다는 소식에 오히려 좋았다. 물론 최선을 다해서 준비할 것이지만, '잘해야 한다'라는 큰 부담감과 압박감 없이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였다. 거기다 한 번도 기부나 봉사를 해본 적 없는 나에게 선행을 할 기회까지 일석이조였다.


"너무 좋지, 나도 지금은 페이보다 여러 가지 경험을 해보고 싶거든, 거기다 취지도 너무 좋으니 꼭 참여해보고 싶어"


약 한 달이란 시간이 지났을 때쯤 다시 한번 연락이 왔다. 정확한 공연 날짜가 정해졌다는 연락이었다. 콘서트의 이름은 '기브 앤 뮤직'이었고 콘서트까지 2달 조금 안 되는 시간이 남아있었다. 작은 공연이지만 나름 조명과 음향을 맡으시는 분이 있었고, 나와 함께 2mc로 진행을 해줄 여자분도 있었다. 그리고 총 5팀의 인디밴드가 뜻깊은 자리를 빛내주기로 했고, 나의 역할은 이 들을 관객들에게 소개해주고 간단한 인터뷰 그리고 악기 세팅 시간을 퀴즈와 멘트로 끌어주는 것이었다.


결혼식과는 다르게 콘서트 mc의 경우, 참고할만한 정보가 없어서 고민했는데 그나마 색깔이 비슷한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보면서 준비했고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우선 밴드 소개와 인터뷰를 위해 각 밴드명과 밴드원들의 이름 그리고 각 밴드의 특징들을 공부했다.


좋은 일에 동참해 주는 밴드들을 위하여, 소개할 때는 조금이라도 이 들의 색깔을 관객들에게 잘 전달해주고 싶었다. 인터뷰에서는 일차원적인 질문이 아니라 인터뷰에 대한 답변을 통해, 자신들을 알리고 곡을 소개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퀴즈도 마찬가지었다. 대부분 밴드에 대한 퀴즈 또는 '기브 앤 뮤직'이라는 콘서트를 홍보하기 위한 퀴즈들이었다.


공연 준비에 열중하다 보니 달이라는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고, 내가 운영하고 있는 독서모임의 모임원이 된 공연의 총괄 같은 존재인 친구 또한 모임에 나와 공연 홍보를 해주었다. 그 결과 우리 모임에서만 세명의 관객을 만들었다.


드디어 공연 날이 되었다. 공연시간보다 일찍 공연장에 가서 함께 진행을 맡은 여자분을 만났다. 그분은 mc와는 일가견은 없지만 좋은 뜻으로 참석하신 분이었다. 간단한 미팅과 리허설을 진행했다. 지난 결혼식 사회 때처럼, 긴장은 전혀 안 됐다.


공연은 순조롭게 진행됐고, 어느덧 클로징 멘트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기부콘서트인 만큼 기부처에 대한 멘트를 넣고 싶어서 가장 공을 들여온 시간이었다.


이것으로 기브엔 뮤직 제3회 기부콘서트의 모든 순서가 끝이 났습니다. 이번 공연은 특별히 우리나라뿐 아니라, 힘든 겨울을 보내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아이들에게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습니다. 물론 오늘 이 공연만으로 전쟁 속에서 고통받는 모든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의 손길이 단 몇 명의 아이들에게라도 닿는다면! 그래서 그 아이들이 일상의 평화를 되찾는다면! 그 아이들 또한!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힘을 써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오늘 저희와 함께 해주신 모든 관객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드리면서 저희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지금까지 MC용기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절지 않고 멘트를 잘 마무리하면서 약 달간 준비한 프로젝트가 끝이 났다. 공연을 기획한 친구와 공연 관계자들이 나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하지만 나는 이런 기회를 준 공연관계자분들에게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이 날은 나에게 참 의미 있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콘서트라는 행사 진행을 해봤고, 처음으로 지인들 앞에서 진행을 했으며 처음으로 기부라는 뜻깊은 일에 참여하게 되었던 날이다. 이 뜻깊은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은 3초의 용기로 사람들 앞에서 꿈을 이야기했기 때문이었고, 짧은 만남을 그냥 떠나보내지 않고 감사한 마음을 표현해서 오랜 인연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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