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환경에 적응한다-
얼마 전 심리학 박사인 김경일 교수의 영상을 보았다.
그 영상은 김경일 교수의 강연 중, ‘사람의 성격이 바뀌느냐, 바뀌지 않느냐’라는 주제로 나눈 이야기를 편집한 것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많은 전문가들은 사람의 나이가 15세만 돼도 성향은 바뀌지 않는다고 주장한다고 한다.
학창 시절 내성적이던 사람이 사회생활을 10년 했더니 외향적으로 바뀌는 경우, 그것은 성향이 바뀐 게 아니라 사회성이 좋아진 것이라고 했다.
나는 과거 내향적인 성격이었지만 지금은 외향적으로 바뀌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영상을 보고 나니, 김경일 교수의 말대로 성향이 바뀐 것이 아니라 사회성이 올라간 것이었다.
즉, 내가 있는 환경에 적응하려다 보니 외향적인 성격이라는 가면을 쓴 것이다.
과거의 나는 처음 보는 사람과 이야기하는 게 너무나도 어려웠고, 친구들 무리에서도 점잖은 편에 속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내 모습이 싫었다. 조금 더 에너지 넘치고, 대화를 이끌어 나가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한동안 친구들을 만날 때면 억지로 텐션을 올려 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평생을 낮은 텐션으로 살아오던 내가 갑자기 텐션을 높인다고 해서 그 모습이 자연스러울 리 없었다.
그 이유는 나와 함께 자리하고 있는 사람들이 나를 너무나도 잘 아는 친구들이었기 때문이다.
이 친구들에게 갑자기 바뀐 내 모습은 낯설 수밖에 없었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내가 이 상황을 명확하게 의식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그러다 보니 내 모습은 더 부자연스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우연한 계기로 독서 모임을 운영하게 되었고,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운영진이었던 나는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끌어 가야 하는 포지션에 있었다.
내가 텐션을 높이고, 처음 나온 모임원에게 스스럼없이 말을 건다고 해서 그 모습을 이상하게 여길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그것은 모임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당연한 모습이었다.
그 모임에 있는 동안만큼은
“다른 사람들이 텐션 높은 나를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
라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됐다.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고, 활발한 텐션으로 행동하는 일이 점점 자연스러워졌다.
나는 한동안 친구들을 만나기보다 독서 모임 사람들을 만나는 횟수를 늘려 나갔다.
그러면서 점차 ‘텐션 높은 나’는 정말 내가 되었고, 이제는 친구들이나 나를 오래 아는 사람들을 만나서도 높은 텐션을 유지하게 됐다.
작년 이맘때 나의 결혼식 뒤풀이에서 친구들은 내 성격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금의 이 모습이 훨씬 보기 좋다고 했다.
칭찬에 인색한 남자들 사이에서 그런 말을 들으니 기분이 좋았다.
물론 내향적인 성격이 나쁘고, 활발한 성격이 좋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활발한 사람이 가볍고 나대는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내향적인 사람이 진중하고 무게감 있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나처럼 자신의 성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나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을 만날 기회를 자주 만들어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리고 스스로 되고 싶은 사람처럼 연기를 해보는 것이다.
마치 내가 원래 그런 사람인 것처럼 말이다.
그 연기가 반복될수록, 어느 순간부터는 굳이 연기하지 않아도 주변 사람들에게 당신은, 당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비칠 것이다.
이것이 바로 프레임의 힘이다.
친구들 앞에서도 편하게 말하지 못하던 내가 어떻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분위기를 끌어올리며 농담을 할 수 있을까?
그것은 내가 MC이고, 대중에게 MC는 유쾌하고 유머러스하다는 인식이 있으며, 그리고 나 역시 그것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성격은 바뀌는 게 아니라, 내가 나를 허락하는 범위가 넓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