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 한동안 냉담을 했다. 3년 6개월이나 교리를 받고 뜨거운 신앙으로 영세를 했지만 공동체 안에서 복음과 실제의 어떤 괴리감으로 인한 상처로 냉담을 하게 되었다. 나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세상에 빠져서 살았다. 갑자기 선배들이 나오라 해서 차를 태우더니 나에게 노트 한권과 볼펜을 쥐어주었다. " 마르치아 너 지금 냉담을 풀어주려 신부님과 고해 성사 주시기로 해서 너를 태우고 가게 됬어. 그러니 통회하는 마음으로 노트에 너의 마음을 정리 해 둬. " 나는 차에서 내리고 싶었다. 지금은 아직 때가 아닌데 라는 생각과 유혹이 밀려왔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 같은 심정으로 노트에 그간의 죄를 떠올리면서 적어 내려갔다. 나의 그 시간을 방해라도 하지 않으려는지 선배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각자 생각에 잠기는 듯 했다.
신부님을 찾아뵙자 영대를 두르시고 나를 신부님 서재로 부르셨다. 이 신부님은 내가 3년 6개월 동안 종아리를 맞으면서 버티고 버텨서 영세를 주신 아버지 같은 신부님 이시다. 나는 정말 아버지께 찬찬히 내 죄를 고백했다. 한 시간 반동안이나 내 죄는 낱낱히 드러났다. 그러나 고해 성사 동안 나는 항상 두팔 벌려 나를 기다리셨던 그 주님이 느껴져 눈물을 흘리면서 고해를 마쳤다. 신부님은 정말 내 죄에 비하면 이 보속이 맞나 싶을 정도로 가벼운 보속을 허락하셨다.
신부님과 선배들과 저녁을 먹고 헤어지는데, 신부님께서 나에게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 마르치아야. 너 오늘 밤엔 특별히 주님께서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 지 그분의 마음을 헤아려 드려라. 얼마나 기다리셨겠니 꼭 저녁기도와 감사 기도를 바쳐라" 왠지 그 말씀이 무언가 심장에 도장이 찍히는 기분으로 신부님과 작별을 했다.
그러나 나는 너무도 피곤한 나머지 집에와서 씻고 바로 잠에 들었다. 신부님의 기도 하고 주님의 마음을 헤아려 보라고 해 주신 말씀은 아주 까맣게 잊어 버렸다. 얼마간 잠이 들었는데, 몸이 무엇이 나를 누르듯 움직일 수 없는 거대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그래서 몸을 움직여 보니 전혀 움직일수가 없었다. 눈도 뜰수 없었고 혀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는데 내 영혼은 그 존재를 알 수 있었다. 나를 내려다 보는 시뻘건 큰 눈이었다. 나는 분명 지금 저 악한 존재에게 시험을 당하는걸 알아 차렸다.
그 존재는 " 네가 그 대머리 신부에게 네 죄를 뇌깔린다고 네 죄가 없어졌을것 같냐?" 하고 조롱하기 시작했다. 나는 분명한 어조로 "나는 고백성사로 내 죄가 사해졌다고 믿고 있다. 그런데 너는 누구냐" 했더니 " 항상 너의 곁에서 너의 틈을 노리는 자다" 라고 대답했다. 나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나를 떠나가라" 하고 선포 하고 곧 이어 주의 기도를 바치려는데 "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그 더러운 영이 "하늘에 니 아버지가 있기나 하냐? 아버지의 이름? 넌 부모도 없는 고아 주제에 무슨 아버지 타령이냐? 토나오니까 집어 치워라 하면서 내 얼굴에 오바이트를 하는게 느껴졌다. 나는 최고의 구마 기도는 주의기도라고 배워서 주의 기도를 안간힘을 바쳐서 마치니 마지막 오바이트를 하고 "영악한것 " 하며 방을 빠져 나갔다.
몸은 풀렸지만 두려움에 시계를 보니 새벽 미사가 끝났을 무렵이었다. 나는 성호를 긋고 주님께 감사 기도를 바쳤다. 그러고는 신부님께 전화를 드리게 되었는데 " 마르치아야 너 어제 기도 바쳐 드렸냐? 그분께서 내 죄를 사해 주셨으니 내가 감사 기도를 드리고 자라고 했는데? " "신부님 잊고 정말 피곤해서 까맣게 잊고 바로 잠들었는데 그 사이 악령이 저를 다녀갔어요" 신부님은 자세한 사항은 묻지 않으시고 " 마르치아야 지금 숨을 참을수 있을때까지 참아" 나는 당황하면서 물었다. " 네? 신부님? " 나는 신부님의 말씀대로 숨을 참았다. 그러고는 얼마 못가서 숨을 몰아 쉬니 신부님의 말씀이
"마르치아야. 기도는 우리에게 숨이야. 너가 숨을 안쉬고 살 수있을줄 알았더냐? 숨을 멈추면 얼마간은 참을 수 있지만 숨이 쉬어 지지 않는다는건 생명이 위태로운 거야. 기도는 숨이랑 같아. 너가 기도를 멈추면 넌 살 수 없단다. 명심해라. 너가 살려면 기도를 해"
그 뒤부터 나는 살려고 기도를 바치게 되었다. 사순을 맞으면서 주님의 고통에 닿아보려 노력하며 지내고 있다. 나는 기도의 힘을 믿는다. 내 기도에는 청원 기도가 없다. 청원이 없는건 절대 아니다. 나는 청원을 줄이고 감사 기도부터 한다. 나를 머리부터 발끝 내 모든것을 아시는 내 아버지시니 내가 그분께 아뢸것은 청원이 아니라 그 분 안에 그져 머무는 것. 그분의 침묵 안으로 들어 가는것. 그 분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는 것 이후부터 그것이 나의 기도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