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질문

나란 사람

by 이 경화


살면서 나는 종종 이런 질문을 받곤 했다.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처음에는 그 질문이 조금 어색했다. 무엇을 잘하는 사람인지 어떤 성격을 가진 사람인지 세상이 원하는 틀에 맞춰 대답하려 애쓰곤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그 질문을 내 안으로 가져왔다. 타인의 시선이 아닌 내가 나에게 묻는 질문으로 바뀌었고 “나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라는 물음 앞에서 나는 천천히 숨을 고르게 되었고 그제야 비로소 나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나는 화려하거나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무대 위에 서는 일보다 무대 뒤에서 조용히 누군가를 바라보는 일을 더 편안해하고 누군가의 말에 쉽게 웃고 작은 슬픔에도 오래 마음을 머물며 지나가는 사람의 표정 하나에도 그 사람의 하루를 짐작하려 애쓴다. 나란 사람은 단정하거나 완벽하진 않지만 언제나 진심을 품고 살아가려 애쓰는 사람이다. 가끔은 너무 부드러워 손해를 보기도 하고 때로는 고요함 속에 나를 잃을까 두려울 때도 있다. 하지만 나는 안다. 내가 끝내 지키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진리를 대할 때 나는 그것이 정답이 아니라 함께 걸어갈 수 있는 길이기를 바란다. 논쟁에서 이기기 위한 무기보다는 혼자 무너지지 않도록 받쳐주는 손바닥 같았으면 한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의 실수 앞에서 무언가를 말하기보다 그저 가만히 옆에 있어주고 싶다. 진리는 그렇게 조용히 그리고 부드럽게 전해지는 것이라고 믿는다.


선을 바라볼 때 나는 기준보다 방향을 중요하게 여긴다. 선함이란 완벽하게 옳은 길을 걷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실수하고 후회하더라도 끝내 사랑을 향해 나아가려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선한 사람은 정답을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조금 내려놓을 줄 아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이고 싶다.


아름다움에 대해서도 나는 늘 같은 마음이다. 나는 완벽히 정리된 것보다 조금은 흐트러진 것들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말라가는 들꽃 하나, 책갈피에 오래 눌려있던 메모지 한 장, 누군가의 오래된 목소리, 그런 것들 안에서 나는 마음이 따뜻해진다. 세상이 놓치고 가는 사소한 것들 안에 진짜 아름다움이 숨어 있다고 믿는다.


나란 사람은 자주 흔들리지만 쉽게 무너지지는 않는다. 사랑받고 싶지만 그보다 먼저 사랑을 건네고 싶고 이해받고 싶지만 그보다 먼저 이해하려 한다. 가끔은 혼자 울기도 하고 홀로 길을 걷는 날도 많지만 그 길의 끝에서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오늘의 나는 어제보다 조금 더 너그러워지고 내일의 나는 오늘보다 조금 더 단단해지기를 바라며 그렇게 살아간다. 나란 사람은 고요하고 부드럽고 따뜻하게 자신의 길을 지켜내려는 사람이다. 누군가의 마음 한켠에 소리 없이 다가가 머무는 사람이고 싶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마침내 나의 진선미가 피어나길 바란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나를 단단하게 세우기 위해 조용히 삶을 정돈한다.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먼저 내 상처를 돌보고 나의 어두움을 받아들인다. 겉으로 보이는 강함보다 내면의 따뜻함을 더 소중히 여기며 말보다는 태도로, 조언보다는 동행으로 살아가고자 한다. 나란 사람은 눈에 띄지 않더라도 누구보다 진실하게 사랑하고 누구보다 조용히 아름다움을 지키는 사람이고 싶다. 누군가 내게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하고 다시 묻는다면 나는 이제 말할 수 있다. 나는 진실을 사랑하고 선함을 지향하며 아름다움을 지켜내려는 사람이라고. 나는 누군가에게 깊은 신뢰로 기억되고 싶은 사람이고, 결국에는 나 자신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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