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없이 살아 보았다

by 이 경화


하루 동안 희망 없이 살아보았다. “너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넌 할 만큼 했어.” “왜 사서 고생을 해?” “좀 더 쉬운 길을 가지 그래?” “왜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서 괜히 고생을 하니?” 희망을 없앤 나에게는 수백 개의 유혹이 따라붙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희망이라는 것은 나를 보호해주던, 얇지만 단단한 보호막이었다는 것을.


하루를 희망 없이 살아보니, 그것은 나에게 지옥이었다. 숨이 죄어왔고, 살 수가 없었다. 마치 볼륨을 꺼버린 스피커 같았다. 진동으로 소리를 내고 있는 건 알겠는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그 고요한 몸부림처럼. 희망이 그렇게까지 소중한 것이라는 걸, 나는 그제야 알았다.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때로는 그것을 과감히 놓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그것이 없을 때, 우리는 진정한 가치를 깨닫는다.


화가가 그림을 그리기 전 붓을 가지런히 다듬고, 발레리나가 무대에 오르기 전 신발끈을 조이는 것처럼, 나는 매일 아침 습관처럼 희망을 점검하며 산다. 희망은 나에게 산소이고, 그림자이며, 나를 버티게 해주는 심지 같은 것이다.


인생을 오십 년쯤 살다 보니 나에게도 하나의 신념이 생겼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는 것. 그러나 ‘때’를 기다린다는 것은 생각보다 더 인내심을 요하는 일이다. 어쩌면 신은 그 ‘때’를 위해 우리에게 인내와 시련이라는 이름의 시험을 주시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오늘도 희망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이루고 싶은 꿈은 아직 멀리 있다고 생각했지만, 문득 그 꿈이 바로 목전에 다가와 있음을 느끼며, 여기까지 잘 버텨준 나 자신에게 조용한 위로를 보낸다.


희망 없이 살아본 하루였지만, 나는 다시 희망으로 살아갈 것이다. 어느때보다 조용히, 어제보다 더 단단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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