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나는 서 있었습니다
나는 늘 강한 사람이었다. 적어도 그렇게 믿고 싶었다. 어떤 어려움이 와도 꿋꿋하게 버티고 조금 아파도 참고 지쳐도 계속 걸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작년 나는 처음으로 내 몸과 마음이 내 의지대로 되지 않는 경험을 했다.
미사 중이었다. 평소처럼 기도를 하고 성가를 부르며 미사의 흐름에 따라 일어섰다. 그런데 순간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졌다. 세상이 흔들리듯 어지러웠고 몸이 휘청거렸다. 손끝이 차가워졌고 심장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 나는 본능적으로 자리로 다시 주저앉았다. 왜 이러지. 당황스러웠다. 몸을 가만히 두어도 심장은 요동쳤고 숨을 들이마셔도 끝까지 채워지지 않는 느낌이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그보다 더 두려운 것은 내 몸이 내 것이 아닌 듯한 낯선 감각이었다.
며칠 후 알수없는 위경련이 왔다. 갑작스러운 통증이 배를 움켜쥘 수밖에 없을 만큼 강하게 밀려왔다. . 배 속이 타들어가는 듯한 고통이 지나가는 동안 나는 가만히 앉아 숨을 들이마셨다. 이제는 익숙한 두려움이 밀려왔다. 혹시 또 무너질까 봐. 혹시 다시 몸이 내게 신호를 보내고 있는 걸까 봐. 하지만 나는 여전히 버텨야 한다고 생각했다. 일어나야 한다고 다그쳤다. 괜찮아야만 한다고 믿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당황했고 동시에 스스로를 책망했다. 왜 이러지. 정신 차려야 해. 이 정도로 힘들다고 하면 안 돼. 그냥 마음을 단단히 먹으면 돼. 나는 괜찮아지기를 강요했다. 그러면 정말 나아질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럴수록 증상은 더 자주 더 강하게 찾아왔다. 결국 나는 인정해야 했다. 내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으로 깨달았다. 나 자신을 이렇게까지 몰아붙이며 살아온 것이 얼마나 가혹했는지를. 나는 늘 스스로에게 조금만 더 견디자 아직 아니야 더 버텨야 해라고 말해왔다. 하지만 정작 나는 언제쯤 쉬어도 되는지 언제쯤 멈춰도 괜찮은지를 한 번도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 그날 밤 나는 결심했다. 더 이상 나를 이렇게 몰아붙이지 않기로. 강해지는 것은 버티는 것이 아니라 나를 지키는 것임을 인정하기로.
하지만 결심한다고 하루아침에 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일을 미루면 불안했고 스스로를 쉬게 하는 것이 죄책감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했다. 하루에 한 번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것부터. 어떤 날은 여전히 불안했다. 하지만 그런 날에는 더 이상 스스로를 다그치지 않기로 했다. 불안하면 불안한 대로 힘들면 힘든 대로 나 자신을 인정하자. 그러자 이상하게도 조금씩 숨 쉴 공간이 생기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동안 나를 짓눌렀던 것들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결심이 온전히 자리 잡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나는 기다릴 수 있다. 나는 이제 안다. 나 자신을 몰아붙인다고 해서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진짜 강함이라는 것을. 강함이란 내가 나를 사랑하는 것이다. 강함이란 내가 나를 지켜내는 것이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단순히 버티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돌보며 균형을 찾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웠다. 그래서 이제는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쉼과 회복의 공간을 만들고 싶다. 너무 오래 버티느라 지쳐버린 사람들, 스스로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살아온 사람들, 자신을 돌볼 여유조차 허락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더 따뜻한 길을 열어주고 싶다.
이제 나는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기로 했다. 괜찮아. 천천히 가도 돼. 오늘은 좀 쉬어도 돼. 네가 지켜야 할 건 결심이 아니라 너 자신이야. 그러니 나를 혹독하게 다루지 말 것. 나 자신을 스스로의 적으로 만들지 말 것. 결국 나를 지켜줄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것을 기억할 것. 그리고 그렇게 다정하게 나를 안아줄 때 비로소 나는 진짜 나로 살아갈 힘을 얻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나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더 따뜻한 세상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 결심이야말로 더 세인트를 통해 실현할 가장 중요한 핵심 가치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