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고마움

by 이 경화


어느 날, 작은 카페에서 마주한 장면이 있었다.


손님이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바쁜 시간대였고, 직원들은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주문을 받고 음료를 만들고 있었다. 그런데 그 손님은 주문한 커피가 조금 늦어지자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는 "이렇게 느려서야 어디 장사가 되겠어요?"라는 말을 내뱉었다. 직원은 미안하다고 연신 고개를 숙였고, 손님은 못마땅한 얼굴로 커피를 받아 들었다. 그러나 그는 그 커피 한 잔을 위해 누군가가 아침부터 손을 부지런히 놀리고, 뜨거운 머신 앞에서 수십 번을 움직였다는 사실을 알기나 했을까?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받는 것'에 익숙해졌다. 그리고 그것이 당연한 일이 되었다.


어머니가 차려주던 밥상, 아버지가 벌어다 주던 생활비, 친구가 건네던 작은 배려, 낯선 사람이 내어주던 친절. 처음에는 고마웠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은 일상이 되었고, 어느새 당연한 것이 되어버렸다. 우리는 더 이상 "고마워"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마치 그것이 '해야 할 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감사할 필요조차 없는 것처럼.


그러다 문득, 그 모든 것이 사라졌을 때 깨닫는다.


어머니가 밥을 차려주지 않는 날, 아버지가 더 이상 생활비를 보내줄 수 없는 날, 친구가 조용히 멀어지는 날, 낯선 사람들의 친절이 더 이상 내게 오지 않는 날. 그제야 우리는 그 모든 것이 얼마나 큰 정성이었는지, 얼마나 귀한 것이었는지를 알게 된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늦었다.


나는 예전에 한 노인을 만난 적이 있다. 그는 매일 아침 공원에서 쪽지를 한 장씩 나눠주었다. 그 쪽지에는 짧은 글귀가 적혀 있었다. "오늘 하루도 고마운 사람을 떠올려보세요." 나는 처음에는 그 행동이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그는 더 이상 공원에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날, 그의 작은 쪽지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가 준 것은 단순한 종이가 아니라, 잊고 지내던 감사를 떠올리게 하는 시간이었던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당연한 듯 주어지는 것들이 많다. 하지만 그것이 영원할 것이라 생각하는 순간, 우리는 가장 소중한 것을 잃게 된다. 그러니 감사하자. 작은 친절에도, 사소한 배려에도, 당연하게 누리는 모든 것에도.


‘사라지기 전에 고마움을 표현하라.’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이자, 최대한의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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