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꽃이 피는 날이면 어머니는 어린 내 손을 잡으시고 봄 나들이를 가셨다. 단발머리에 이대팔 가르마 할아버지가 머리에 바르시는 기름을 머리에 살짝 발라 정성스레 빗어주시고 흰 타이즈에 모직 반바지와 멜빵 빨간 에나멜 구두를 신기시고 엄마도 노란 코티분을 바르시고 입술을 바르시고 각자의 손거울을 보고 이만하면 됬겠지 씨익 웃었다.
엄마는 계절의 가장 앞은 겨울이라고 하셨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그 이유를 물으니, 겨울은 모든 씨앗을 땅안에 가둔다고 하셨다. 모든 나무와 꽃은 씨앗에서 부터 시작한다고 하시며 그 씨앗이 들어있는 겨울이 네 계절 가장 힘이 쎈 계절이라고 일러주셨다. 그래서 엄마는 계절의 맨 앞에 겨울을 두신다고 하셨다. 내가 이만큼 살아보니 삶에 있어 나는 혹독한 시절을 겨울로 매김했었는데 나는 겨울의 강인한 응축된 생명력을 삶을 통해 배웠고 겨울의 힘을 경험을 통해 깨우치게 되었으므로 엄마의 지혜가 참으로 나에게는 한줌의 거름이 되었구나를 생각하니 어머니께 절로 감사가 일어난다.
힘든 사람의 깊은 겨울의 사연은 그 얼마나 크고 생명력이 있는가! 빈곤할 것 같은 마른계절 그 안에 또 다른 살아있는 생명과 무한한 가능성이 도약을 위해 힘껏 움츠리고 있으니 그 얼마나 가슴벅찬 일이던가.
어머니의 계절에 관한 가르침으로 나는 현재 겨울을 살고있는 사람을 만날때 절로 경외심이 일어난다. 빈곤을 통해 절제를 배우고 아픔을 통해 여유를 배우는 겨울을 보내는 사람에게 각별한 애정이 피어오른다.
상담을 하다보니 힘든겨울이라고 스스로 명명하고 괴로워 하는분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화려한 열매를 갖지못한것 같아 자신의 미숙함을 괴로워 하는 사람도 만나게 된다.
나는 이런분들을 만나면 겨울을 이기고 곧 얼음을 뚫고 큰 기지개를 펼 수 있음을 알려드린다. 계절은 순환하고 맞물려 있다. 힘든시기 안에 소소하게 웃을일들로 넘쳐나는데 본인만 그렇지 않다고 부정하는 사람을 보면 가슴은 답답하고 안쓰럽기 그지없다.
이렇게 아름답게 꽃이피는 봄이오면 나는 다섯살까지 배운 엄마와 할아버지의 가르침으로 평생을 버틸 수 있음에 눈물이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