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모순
어떤 사람이 참된 신앙을 가졌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기도를 오래 한다고 성경을 많이 읽는다고 법문을 외운다고 해서 그 사람이 거룩한 것은 아니다. 진정한 신앙은 삶에서 드러난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인성’이라는 이름으로 나타난다.
나는 한때 영성은 따로 존재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교회에서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할 때 절에서 향을 피우며 염불할 때 그 순간이 가장 신성한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다. 신앙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삶 속에서 드러나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바로 인성이다.
착한 사람이 있다. 작은 일에도 남을 배려하고 진심을 다해 말하고 상대를 존중할 줄 아는 사람. 그의 곁에 있으면 편안하다. 그는 큰소리로 ‘나는 신앙이 깊다’고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신앙을 보여준다. 그가 가진 영성은 곧 그의 인성을 통해 드러난다.
반대로 늘 법당에서 기도하고 교회에서 봉사를 하고 신앙을 말하지만 남을 깎아내리고 함부로 대하고 거짓을 일삼는 사람이 있다. 그의 입술에는 성스러운 말이 가득하지만 그의 행동은 차갑고 이기적이다. 종교적 의무는 철저히 수행하지만 정작 사람을 대할 때는 위선적이다. 신앙을 말하면서도 권위로 타인을 억누르고 자비를 말하면서도 배려는 없다. 부처님과 하느님 앞에서는 겸손한 척하지만 사람들 앞에서는 교만한 자들.
이런 사람에게서 우리는 영성을 찾을 수 있을까 나는 확신한다. 진정한 영성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가 말하는 방식 행동하는 방식 그리고 사람을 대하는 태도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나는 이제 영성을 따로 찾지 않는다. 대신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돌아본다. 내가 하는 말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지는 않았는지 내 행동이 나를 바라보는 이들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지를 생각한다. 신앙을 말하면서도 혹시 내 안의 교만을 스스로 보지 못했던 적은 없었을까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을 받으면서도 그것이 당연한 듯 받아들이고 정작 내가 먼저 손을 내미는 일에는 인색하지 않았을까.
때로는 나 역시 신앙을 나의 방패로 삼아 타인의 아픔을 쉽게 지나친 적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의 정의가 상대의 상처가 된 적은 없었을까 내가 옳다고 믿는 신념이 누군가에게 차가운 말로 박혀버린 적은 없었을까. 신앙은 결국 관계 속에서 드러난다. 내가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행동하며 어떤 태도로 살아가는지. 그것이 곧 내가 가진 신앙의 깊이를 증명한다.
나는 묻는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내가 믿는 신 앞에서뿐만 아니라 사람들 앞에서도 부끄럽지 않은 사람인가. 나의 신앙이 정말 내 삶에서 빛을 내고 있는가. 아니면 나는 여전히 ‘기도는 하지만 인성은 부족한 사람’으로 남아 있는가.
인성이 곧 영성이다. 기도의 깊이가 아니라 삶의 깊이가 신앙을 증명한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내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돌아온다. 나는 신앙을 입으로만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신앙을 살아내는 사람이 되고 싶은가.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나는 오늘도 그 답을 찾으며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