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내가 아닌 그도 아닌 당신이라는 싯점

by 마르치아

나는 오랫동안 ‘나’라는 시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글을 써왔다.


나의 감정, 나의 상처, 나의 회복에 관해 썼다.
말하자면, 내가 주어였고
모든 문장은 나를 중심으로 흘러갔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문장의 시점이 서서히, 아주 조용히 기울기 시작했다.
어느 날은 말없이 돌아서던 당신의 뒷모습을 오래 바라보다가,
또 어느 날은 아무 말 없이 내게서 멀어지는 당신의 손끝을 놓고 나서야––
나는 ‘나’를 설명하기보다 ‘당신’을 이해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글의 주어가 바뀌었다.


이 매거진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당신이라는 시점으로 본 풍경,
당신이라는 온도에서 말라버린 말들,
그리고 당신이라는 틀 안에서
조용히 갇혀 있던 내 마음의 구조를 들여다본 기록들.

때론 당신은 지나가던 사람이었고,
때론 너무 오래 내 안에 머물던 한 사람이었고,
때론 끝내 나를 보지 않고 떠난 사람이었다.


그 모든 당신을,
나는 문장으로 불러내기 시작했다.
이름 대신 표정으로,
대답 대신 침묵으로,
기억 대신 흔들림으로.


그리고 나는 어느 순간 깨달았다.
당신이라는 시점은 늘 나를 흔들었다.
내가 아무렇지 않은 척하던 날에도,
나는 늘 당신이 날 어떻게 볼지를 먼저 생각했고,
내 말보다 당신의 표정을 먼저 읽었다.


그래서 이 글들은 어쩌면
나의 이야기이자, 동시에
끝내 나에게 말을 남기지 않았던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다.
아직 건네지 못한 말,
묻어두었다고 생각했지만 사라지지 않았던 감정,
그리고 잊었다고 믿었지만 문득 떠오르는 얼굴들을 위한 이야기다.


혹시 당신도,
누군가를 바라보는 시점에서
오래 머물다 본인을 잃어본 적이 있다면––
혹은 여전히 ‘당신’이라는 존재를 향해
마음이 자주 기울어지는 사람이라면––
이곳에 함께 머물렀으면 한다.


당신이라는 시점에서,
우리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닐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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