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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당신이라는 싯점

오해하는 방식도 사랑이라고

by 마르치아
어쩌면 우리는 서로를 오해하는 방식으로 사랑했을지도 모르겠다.



마음을 주고받는 일은 늘 엇갈림을 동반하고, 그 엇갈림은 사랑이라는 이름을 달고도 고요히 상처를 남긴다. 당신은 나를 무심하다고 생각했을지 모르고, 나는 당신이 너무 쉽게 등을 돌렸다고 느꼈다. 그러나 이제 와 생각해 보면, 우리는 같은 자리에서 서로 다른 두려움을 안고 있었을 뿐이다. 사랑하는 마음보다 더 앞서 버린, 상처받지 않으려는 마음 말이다.



나는 종종 당신이 나를 잘못 이해했다고 느꼈지만, 그건 곧 나 또한 당신을 오해했다는 뜻이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우리는 서로를 보호하려다 오히려 서로에게 가장 모진 말이 되고 말았다. 가까이 가고 싶어 내민 손이 멀어지게 했고, 걱정이 담긴 눈빛은 차가움으로 오인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마음이 가장 많을 때, 마음을 가장 적게 나누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신의 말 한 마디, 표정 하나에도 나는 얼마나 민감했던가. 오늘 하루가 어땠는지 묻는 당신의 말 속에서, 혹시 그 말이 내게서 점점 멀어지려는 신호는 아닐까 괜한 예민함으로 해석하고는 했다. 사랑하는 마음이 깊어질수록, 사람은 점점 더 겁이 많아진다. 사랑 앞에서는 누구나 다 아이가 된다. 나는, 당신 앞에서 유독 더 작아지고 말았던 것 같다.



당신의 말이 차갑다고 느껴졌던 날도 있었지만, 그 말들 뒤에 숨은 마음을 알아보지 못한 것은 결국 나였다. 당신은 어떤 말보다 진심을 보여주는 사람인데, 나는 그 진심을 의심했고, 때로는 피하려 했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거리를 두면서도, 또 그 거리감에 아파하는 이율배반적인 나의 마음이 당신을 혼란스럽게 했을 것이다. 나는 그 혼란을 애써 외면하며, 마치 내가 더 괜찮은 사람인 척 굴었지만, 사실은 당신의 작은 말 한 줄에도 무너지고 있었다.



우리가 다시 마주할 일이 있을까. 다시 예전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서로의 안부를 묻고, 오늘 하루 어땠냐고 물을 수 있을까. 나는 아직도 가끔 그런 상상을 한다. 바람 부는 오후에 우연히 마주쳐, 서로의 눈을 피하지 않고 웃으며 인사하는 장면을. 그것은 어쩌면 이룰 수 없는 바람이지만, 그런 바람조차도 때로는 살아가는 힘이 된다.



나는 이제야 조금씩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당신이 나를 미워했다고 믿었던 순간조차, 사실은 당신도 무서웠다는 것을. 나처럼 당신도 망설였고, 말하지 못했던 밤을 보냈다는 것을. 그러니 부디, 우리가 서로에게 남긴 침묵과 오해들을, 그저 사랑의 또 다른 얼굴이었다고 여겨주었으면 한다.



누군가는 말한다. 진짜 사랑은 오해조차 품어내는 힘이라고. 나도 그 말을 믿고 싶다. 우리의 지난 날이 완전하지 않았어도, 그 안에 분명 진심은 있었다고. 그리고 그 진심은, 언젠가 서로를 조금은 덜 오해하게 해줄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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