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씨씨를 거닐며
아씨씨의 돌담 골목을 빠져나오는 길목에서
나는 발걸음을 멈추었습니다.
들풀들이 조용히 속삭이고 있었고,
가늘게 스치는 바람조차
주님의 숨결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분은 꼭 웅장한 성당 안이 아니라도
이렇게 낮고 조용한 것들 안에 계셨습니다.
들판의 들풀 한 포기,
누군가 무심히 지나쳤을 돌멩이,
그리고 내 어깨 위로 내려앉은 따사로운 햇살 속에.
너무도 아름다운 햇볕이
나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고
그 찬란함에 나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감미로운 주님의 눈빛이
마치 햇살로 바뀌어
나를 내려다보는 듯했습니다.
그 따스함과 평화는
단숨에 가슴을 적셨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벅차오를 수 있을까요.
눈물은 나지 않는데 마음은 울고 있었습니다.
이 길은 내가 주님을 만나러 가는 순례길.
한 걸음 한 걸음에 주님의 이름을 새기며 걷고 있었습니다.
찬미가
그건 내 입술이 한 게 아니라
내 영혼이 흘려 보낸 것이었습니다.
"주님, 부디 제 입술을 축복해 주소서."
삶이 내게 바위를 던져도
그 바위마저 기도로 바꾸어 찬미할 수 있도록.
고통이 밀려오고,
감당하기 힘든 일이 나를 덮을 때에도
이 햇살 아래 걸었던 오늘을
잊지 않게 하소서.
내가 기쁨으로 땀 흘리며 걷던 이 길.
주님을 만나러 가는 그 목적 하나만으로도
모든 아픔이 이겨졌던 이 순간을
제 영혼이 오래도록 간직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