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돌 목장
지금 내 눈 앞에 곧게 뻗은 길이 놓여 있다. 정오 미사를 위해 걷는 아름다운 길이다. 어찌보니 주님의 팔 한쪽으로 나를 초대하시는 형상과도 닮아있다. 이 팔로 주님께 안기는 상상을 하니 미사 가는 길이 왠지 포근하게 느껴진다.
유한한 삶이지만 참 고맙고 감사한 아침이다. 어떨 때는 천진한 어린 아이처럼 신나게 살다 어떨 때는 무엇을 다 아는 노인처럼 살아가는 요즘이다.
그런 삶을 이쪽 저쪽 왔다 갔다 살고 있다. 그렇지만 성글고 여유로운 이 마음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 지 까닭을 길 위에서 물었다. 길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리라. 수 만번이나 동물이나 사람이 지나야 길이 된다. 그렇게 많은 찰라가 겹치고 경험이 지나가야 사람도 내면 어디에서 그 길이 비로소 생긴다. 폭풍우 같은 시련과 역경이 휘몰아 쳐 나가야 잡풀같은 오류와 아집은 떨어져 나가고 그 남은 빈 곳이 곧 길이 된다.
나는 안온한 삶과는 거리가 먼 지난 삶을 살아왔다.
길이 없으면 때로는 길을 만들면서 여기까지 살아보니 그렇게 길을 만드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는 깨달음이 온다. 그져 마음의 작은 오솔길을 따라 걷는 것 그것이 자연스러운 큰 길을 내는 유일한 방법임을 알아 차리니 그 마음이 고마워서 이 아침이 여유롭게 느껴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길 위에서 나의 길을 묻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