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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심의 언덕에서

SacroCuore

by 마르치아


어떤 날은


삶이 내게 너무 많은 질문을 던지고,


나는 대답할 말들을 잃은 채


그저 창가에 멍하니 앉아 있었던 적이 있다.


그럴 때면 나는


어디론가 마음이 먼저 도착해 있었다.


멀고도 먼 이탈리아의 언덕 위,


페루지아에 자리한 작은 호텔.


이름은 Sacro Cuore,


‘거룩한 심장’이라는 뜻을 가진 곳이다.


그 호텔 뒤편으론


언제나처럼 아씨시가 펼쳐져 있다.


그곳에는 맨발의 성자, 프란치스코가 있다.


가난을 사랑이라 부르고,


고독을 기쁨이라 불렀던 사람.


그리고 그의 뒤편엔


언제나 성모님이 계셨다.


손을 모으고, 시선을 아래로 향한 채


언제든 우리를 향해 마음을 여는 분.


그분의 발아래에 놓인 이 호텔의 이름이


왜 '심장'이어야 했는지


나는 오래지 않아 알 수 있었다.


그곳은 사랑이 머물던 자리였고,


고요히 보호받는 장소였다.


한없이 작고, 상처 입은 마음들이


다시 뛰기 시작하는 곳.


나는 종종 이곳을 떠 올린다


내가 너무 지쳐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을 때,


그곳 어딘가에 있는 작고 조용한 방으로


성모님이 들어오시는 장면을.


그분은 말없이


내 심장을 두 손으로 감싸 안는다.


그리고 말한다.


“괜찮아, 네가 얼마나 버텨왔는지 나는 알아.”


나는 그 목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


하지만 분명히 기억한다.


그 말이 마음속 어딘가에


살그머니 내려앉던 날들을.


그렇게


나는 오늘도 살아간다.


부서지지 않는 신념 하나를 안고.


지금 이 고통의 시간도


어딘가에 나를 기다리는 성모님의 심장을 향해


조용히 걸어가고 있다고 믿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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