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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만나주는 자리

고독은 신의 초대

by 마르치아


신은


내가 철저하게 고독할 때


만나 주셨다.


고독이란 자리에


내가 있을 때에만


신은 나를 찾아오셨다.


그래서 나에게


고독이란 자리는


곧 신을 만나는 지성소였다.


삶에서 지독한 몸살을 앓거나


피하지 못하는 숙명이


나를 관통할 때,


그리하여 어쩌지 못하고


처절하게 고독할 때,


바로 그때


신은 만나 주시는 것이었다.


나는 매일 아침


이 고독의 시간이


감미롭고 달다.


인간으로써 포장하는


아무 겉옷도 걸치지 않고


맨 몸뚱아리로


신과 대면하는


이 시간이


감사하다.


미사 여구도 다 떼고,


욕망과 청원도 다 내려놓고,


오로지 신께 나를 의탁하는 시간.


일부러


고독해지려 애쓰는


이 시간이


귀하다.


기도는


하느님을 나에게


초대하는 것인 줄 알았다가


어느 순간


내가 하느님 자리에


앉아 있는 것으로


바뀌었다.


하느님의 초대 자리에


내가 앉아 있는 것


그 자체가


기도였다.


그러니


감사로 시작해서


감사로 끝나는 게 맞다.


오늘도


내 입에서는


감사가 흘러나온다.


이 고독이 달아서,


나는 매일 조금씩 더


신께 가까워진다.


아무 말도 없이,


그냥 그렇게


오늘도 고요히,


감사하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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