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목소리
마음이 이끄는 대로 산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나는 그것을 삶의 모든 결정을 외부가 아닌 내면의 목소리에 따라 내리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여기서 말하는 외부란 즉흥적인 감정, 나를 둘러싼 환경, 그리고 타인의 시선처럼 내 판단을 흐릴 수 있는 것들이다.
감정은 자주 파도처럼 밀려오고, 환경은 바람처럼 방향을 바꾸며, 시선은 마치 그림자처럼 따라붙는다. 그래서 나는 어떤 결정을 내릴 때 기다린다. 감정이 가라앉고, 마음의 물결이 고요해질 때까지. 기쁨이나 슬픔, 억울함이 클수록 더 오래, 더 조용히 기다린다. 마치 거친 바람이 지나간 뒤 숲이 제 숨결을 되찾는 것처럼, 나는 나의 고요를 되찾을 때까지 기다린다.
결정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다. 그것은 한 생의 방향을 바꾸는 나침반이며, 길을 잃지 않기 위한 마음의 별자리다. 생각은 ‘생각할 생, 뿔 각’. 살아 있는 뿔처럼 수없이 갈라지는 사고의 가지들 위에서, 우리는 지혜라는 열매를 맺는다.
지혜는 쉽게 도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낯선 숲처럼 어두우며, 아무도 없는 새벽처럼 고요하고, 때로는 눈물보다 더 깊다. 책은 그 숲의 입구를 가리키는 이정표일 뿐, 진짜 숲은 그 너머의 침묵 속에 있다. 지식을 가졌다고 지혜를 가졌다고 말하는 건, 지도 몇 장을 봤다고 산을 올랐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우리는 종종 그런 착각 속에 산다. 몇 권의 책, 몇 번의 경험, 몇 마디 말로 세상을 이해했다고 믿는다.
그러나 지혜는 그렇게 쉬운 자리에 머무르지 않는다. 지혜는 책장을 넘기는 손끝이 아니라, 고독을 지나온 영혼의 무게에서 나오는 것이다. 나는 그래서 다시 기다린다. 외부의 소음이 사라지고, 내 안의 침묵이 나에게 말을 걸어올 때까지.
마음이 이끄는 대로 산다는 건 진정한 자유다. 외부의 바람이 아닌, 내면의 숨결을 따라 걷는 것. 그것은 물 위를 걷는 일처럼 아슬아슬하고, 또 눈 위에 발자국을 남기는 일처럼 조심스럽다. 타인의 시선이 아닌, 내 영혼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걸어가는 사람은 외롭지만 맑고, 흔들리지만 단단하다.
삶의 모양은 누구에게나 다르다. 바람이 만드는 물결처럼, 그 모양은 각자의 시간과 고통, 기도와 사랑으로 빚어진다. 종교란, 신이 원하는 그 모양에 나를 맞추는 끝없는 구도의 여정이다. 그러나 그 길은 억지로 걸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살아지며, 그리고 어느 날 문득, 강력히 내가 원할 때에만 그 외로운 자리 앞에 설 수 있다.
나는 오늘도 내 영혼이 그 자리에 머물기를 바란다. 아무 말도 들리지 않는 그 깊은 고요 속에서, 조용히 들려오는 속삭임을 듣기 위하여. 내 삶이, 내 마음의 이끄심을 따라 흐르기를. 바람이 꽃을 흔들어 피우듯, 내 영혼도 오늘, 그렇게 피어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