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도둑질 과연 떳떳한가
물건을 훔치면 도둑이라는 이름이 붙는다. 그렇다면 남의 감정과 서사를 훔쳐 자신의 편견과 오만으로 치장한 글을 쓰는 자는 어떤 이름으로 불려야 할까.
글이란 결국 '누군가의 삶을 빌려' 이야기하는 일이다. 그 빌림의 태도에 따라 글은 다정한 기록이 되기도 하고, 지독한 왜곡이 되기도 한다.
브런치라는 플랫폼 안에서, 우리는 서로를 알고 있다. 누가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떤 고백과 회복의 시간을 지나 여기까지 왔는지. 서로의 아픔을 지켜본 적도 있고, 서로의 용기를 응원한 적도 있다.
그렇기에 더욱 엄격해야 한다. 작가라는 이름으로 글을 쓴다는 것, 특히 그 글이 누군가의 실명을 떠올리게 하고, 그 사람의 행위와 감정이 낯선 프레임으로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면, 그건 단지 '서사화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포장될 수 없다.
당신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 장면 속의 인물이 누구인지, 그 감정의 방향이 누구를 겨누는지, 그 글을 읽은 이들이 그 사람이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글을 썼다면, 당신은 단지 작가가 아니다. 그건 누군가를 조용히 고립시키는 방식으로 칼을 쥐는 일이다. 그 칼끝이 ‘문장’이라는 형식을 빌렸을 뿐.
글은 누군가를 살릴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누군가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 그 무너짐이 한 줄의 허구에서 시작되고, 그 허구가 공감을 등에 업고 확산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상상력이 아니다. 그것은 폭력이다.
어떤 창작도, 어떤 서사도, 실존하는 타인을 짓밟는 방식으로는 정당화될 수 없다. 윤리는 선택이 아니다. 윤리는 전제다. 작가란, 펜을 드는 그 순간부터 누군가의 얼굴을 지우지 않을 책임을 함께 드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 책임을 감당할 수 없는 이가 있다면, 그는 작가라는 이름을 스스로 내려놓아야 한다. 스스로 작가라는 이름 자체를 지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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