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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원 정식

정성과 기도의 성찬

by 마르치아



#수도원정식

#성글라라수도원


수도원을 방문할 때마다 마음이 잔잔해진다.

고요한 울타리 안에서 마주하는 식사는 단순한 끼니가 아니라 마음을 나누는 성찬이다.


수녀님들의 손끝에서 정성스레 만들어진 반찬 하나하나에는 기도와 배려가 스며 있고,

“마르치아 혹시 이거 좋아해요?”라는 부드러운 음성 속엔 나를 향한 애정과 관심이 깃들어 있다.


그 따스함에 나는 더욱 감사해하며,

식탁 위에 오른 모든 것들을 정성껏, 아낌없이 먹는다.

남기면 안 될 것 같다는 마음은 단순한 예의가 아니라 사랑에 대한 존중이다.


때로는 수녀님의 살짝 실망한 표정에 마음이 찡해지기도 한다.

작은 반찬 하나도 나를 위해 준비했다는 그 마음을 느낄 수 있어서,

그다음부터는 나의 접시는 언제나 깨끗하다.


이곳에서는 침묵 속에서도 따뜻한 교감이 오간다.

규율이 있고 세상과의 단절이 있지만, 그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은 더 순수하고 깊다.


수도복과 자유복이라는 두 옷은 다르지만,

우리의 영혼은 같은 빛 아래에서 서로를 알아보고 존중한다.


하느님의 사랑 아래, 다른 길을 걷는 우리들이

서로를 위로하고 응원하며

같은 목적지를 향해 걸어가는 그 모습에

나는 매번 감동하고, 또 다시 수도원의 문을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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