先生과 學生에 대하여

by 이 경화

#先生과學生

인간은 태초부터 학생이자 선생으로 살도록 운명지어졌다. 누구도 처음부터 완전한 앎을 가진 채 태어나지 않았다. 갓난아이는 세상의 모든 것이 질문이었다. 눈빛으로 묻고 울음으로 대답을 요구했다. 부모와 형제 스승과 벗 그리고 대자연과 역사가 그 질문에 답하며 우리는 자라났다. 학생으로 태어나 선생에게 배우고 다시 누군가의 선생이 되어 가르치는 일은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순환이었다.


그러나 배움은 억지로 채워 넣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었다. 오직 스스로 묻고자 하는 자발적 의지에서 시작되었다. 질문이 없는 자는 결코 배울 수 없다. 교실에 앉아 있다 해도 수많은 책을 읽는다 해도 마음 깊은 곳에서 왜 라는 물음을 던지지 않는다면 그는 여전히 무지 속에 머문다. 반대로 물음을 품은 자는 어디서든 배운다. 길가에 버려진 돌멩이에서도 세 살배기 아이의 서툰 걸음에서도 가을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에서도 깨달음을 얻는다. 배우려는 마음 하나가 온 세상을 교과서로 바꾸는 것이다.


무지는 단순히 알지 못하는 상태가 아니었다. 내가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상태였다. 스스로의 무지를 자각하는 순간 인간은 비로소 앎의 문턱에 선다. 지혜는 무지와 깨달음 사이를 오가며 길러졌다.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며 알았다고 믿었던 것을 부수고 몰랐던 것을 새롭게 배우는 과정 속에서 지혜는 자라났다.


나는 안다 라는 교만은 배움의 문을 닫게 하고 나는 모른다 라는 겸허는 새로운 문을 열게 했다. 진정한 학생은 끊임없이 묻는 자였다. 그는 대자연에게 묻는다. 새벽 숲길에 드리운 이슬빛에게 묻고 저녁 노을에 물드는 들판에게 묻는다. 역사에게도 묻는다. 앞서간 이들의 실패와 영광과 몰락을 통해 묻는다. 또 이웃에게 묻고 사랑하는 이에게 묻고 홀로 서서 자기 자신에게 묻는다. 그 질문들이 인간을 끊임없이 성장하게 했다.


그러나 깨달음이 자신에게만 머문다면 그것은 여전히 학생의 자리에 머무는 일이었다. 배우고 깨달은 것을 세상과 나누지 않는다면 그 앎은 곧 고여 썩는 물이 된다. 선생이 된다는 것은 내가 가진 지식을 뽐내는 일이 아니었다. 내가 알아차린 것을 다른 이와 나누고 더 나아가 만물과 대자연을 위해 옳게 쓰는 일이었다. 지혜는 소유가 아니라 나눔을 통해 살아 움직였다. 그 순간 소극적 깨달음은 적극적 깨달음으로 변했고 삶은 더 깊고 넓게 성숙했다.


삶은 언제나 선택의 연속이었다. 나는 학생으로만 머물 것인가 아니면 선생으로 나아갈 것인가. 계절이 바뀌듯 삶에도 때가 있었다. 봄에는 새싹처럼 배우고 여름에는 태양 아래서 땀 흘리며 익히고 가을에는 열매를 나누고 겨울에는 침묵 속에서 다시 새로이 준비한다. 배워야 할 시기가 있고 배운 것을 나눠야 할 시기가 있다. 그때를 알아차리는 눈이 바로 지혜였다.


내게 다가온 오십 이후의 삶은 배움과 나눔이 균형을 이루는 열린 시기다. 이제는 나 혼자 아는 데 머무르지 않고 조금이라도 세상에 환원하고 싶다. 그것이 글일 수도 있고 누군가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대화일 수도 있고 작은 행동 하나일 수도 있다. 나의 깨달음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누군가의 길을 비추는 불씨가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선생의 길이다.


나는 지금 학생과 선생 사이의 다리 위에 서 있다. 여전히 배우고 여전히 질문하며 여전히 넘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동시에 내가 얻은 깨달음을 나누고 싶다. 가르치고 싶다는 것이 아니라 공유하고 싶다. 내 삶의 무수한 실패와 눈물 다시 일어섰던 순간들 대자연에게 배운 진실을 나누고 싶다. 그것이 내가 바라는 삶의 태도다.


그러므로 나는 나의 현재를 사랑한다.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며 배웠던 세상도 사랑한다. 학생이었기에 선생으로 가는 길이 열렸음을 안다. 지금 이 가을 나는 다른 이를 위한 작은 씨 하나를 떨어뜨리고 싶다. 그 씨앗은 눈에 잘 띄지 않는 풀밭 한켠에서 조용히 뿌리내릴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그 싹은 누군가의 눈길을 멈추게 하고 그늘을 드리우고 또 다른 생명을 살릴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그 씨앗은 또 다른 학생과 선생의 길이 될 것이다. 내가 남긴 작은 흔적이 누군가에게 질문이 되고 그 질문이 새로운 깨달음으로 이어진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것이 내가 이 가을에 품고 싶은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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