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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반대의 얼굴

by 마르치아


우리는 늘 반대의 모습으로 균형을 잡으며 살아간다. 인연도 엉키다 보면 언젠가는 우수수 떨어져 나가고 애정도 지나치면 고독이라는 반대의 시간이 우리를 식혀 준다. 분노라는 감정도 온유한 사랑만이 덮을 수 있고 만남도 이별을 통해 다시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다. 강한 것은 약한 것이 포용하고 덮어줌으로써 중화된다. 약한 물이 강한 쇠를 덮고 햇볕 한 줌이 꽁꽁 얼어 있는 대지를 녹이는 것과 같다.


삶은 그렇게 서로의 반대가 맞닿으며 완성된다. 너무 밝으면 그림자가 사라지고 너무 어두우면 빛을 잃는다. 사람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기쁨과 슬픔이 맞물리며 진짜 온도를 만든다. 그래서 때로는 웃음보다 눈물이, 말보다 침묵이 더 진실한 순간이 있다.


수년을 거쳐 알아온 경험도 찰나의 깨달음 앞에서는 조용히 무너진다. 아무리 배운 것들이 많아도 마음에서 들려오는 지혜의 목소리 하나를 이기지 못한다. 내면에 귀 기울이는 그 짧고 두꺼운 시간은 만 권의 책을 덮고도 남는다. 세상의 지식은 넓지만 마음의 지혜는 깊다. 그 깊음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읽는다.


우리가 걸어온 시간도 그러하다. 현재가 과거를 덮고 미래가 다시 현재를 덮는다. 그리고 그 모든 흐름 속에서 연약한 것은 결코 약하지 않다. 눈물은 마음의 근육이고, 슬픔은 다시 일어서기 위한 숨결이다. 악연을 만나는 일, 고통을 마주하는 일조차 결국은 우리 삶을 균형 잡히게 하는 또 하나의 과정이다.


모두 나의 무대 위에서 함께 연기하는 상대 배역일 뿐이다. 미움도 사랑도, 갈등도 화해도 그 역할을 다하고 나면 결국 하나의 장면으로 귀결된다. 그 갈등이 지나간 후 찾아오는 평화의 시간이야말로 진짜배기 평화다. 그 시간은 외롭고 고요하지만 단단하다. 그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그러니 모든 약한 것을 허투루 무시해서는 안 된다. 삶의 고결함은 바로 그 약함들이 뒤에서 움직이는 힘이다. 약함이 있는 자리에 기도가 피어나고 상처가 있는 자리에서 사랑이 싹튼다. 부드러움은 강함을 품고 강함은 부드러움 속에서 제 자리를 찾는다.


오늘은 그 약함과 삶의 반대에 대해 생각해 본다. 마음의 슬픔은 비록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우리는 또 씩씩하게 오늘을 살아내야 한다. 눈물이 마르면 다시 길이 보이고 절망이 지나가면 희망이 얼굴을 내민다. 인생은 언제나 그렇게 돌고 돈다. 슬픔 뒤에는 미소가 있고 겨울 뒤에는 봄이 온다.


모두 씩씩하게 살아가시길 바란다. 제주에서 새볔 바람이 불어온다. 그 바람이 당신의 어깨를 스치며 마음의 먼지를 털어주기를 . 당신의 약함이 당신을 살리고, 그 약함이 누군가의 빛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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