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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몇번이나 輪回 하는 삶이다

by 마르치아






하루에도 몇 번이나 윤회하는 삶이다. 눈을 뜨면 세상은 어제와 같지만 마음은 어제와 다르다. 어떤 때는 창조자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모든 것이 의미 있고 아름답다고 느끼다가도 또 어떤 날에는 벌레만도 못한 생각에 빠져들어 스스로를 미워하며 하루를 무겁게 건넌다. 삶은 그리 웅장한 여정이 아니라 그저 한낮의 흔들림과 밤의 망설임이 반복되는 순환일지도 모른다. 진자처럼 하루에도 몇 번이나 생각이 벌컥이듯 일어났다가 조용히 잠잠해진다. 그 파동이 내 안의 시간이고 그 진동이 살아 있다는 증거다.




생각이 고요해질 때면 나는 문득 깨닫는다. 그 불안과 흔들림조차도 나를 앞으로 밀어내는 숨결이라는 것을. 완벽하지 않아도 좋다. 불안이 있는 한 희망도 함께 자란다. 삶은 언제나 균형을 맞추려는 움직임 속에 있다. 나는 그 중심에 설 수는 없어도 그 원 안에서 흔들리며 배워간다.




그러나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 나는 언제나 한 문장으로 하루를 연다. 오늘 하루도 살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짧은 그 말은 주문 같고 기도 같다. 말로 하면 한순간이지만 그 속에는 살아 있음의 무게가 있다. 숨 쉬고 눈을 뜨고 마음을 느끼는 일 그 모든 것이 이미 선물이라는 것을 나는 시간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감사라는 단어는 조용히 피어오른다. 억지로 찾지 않아도 삶이 스스로 내게 그 의미를 보여준다.



생각해보니 모든 것이 감사였다. 좋았던 일만이 아니라 나를 아프게 한 일들도 그 모두가 나를 단단히 세워주었다. 잃어버림이 없었다면 간절함도 없었을 것이고 떠남이 없었다면 남아 있는 것의 귀함도 몰랐을 것이다. 감사는 마음이 자라는 과정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꺾이고 부러지며 그 속에서 다시 돋아나는 연약한 줄기처럼 나는 내 안에서 자라난다.




어제보다 조금 자란 마음이 나를 내려다본다. 그 마음은 어제의 나를 탓하지 않는다. 다만 조용히 안아준다. 그 안에서 나는 비로소 나를 용서한다. 나의 미숙함과 서툼 그리고 그 모든 망설임이 결국 나였음을 인정한다. 상처와 못남과 헛점 투성이인 나를 딛고 일어나는 아침 나는 더 이상 완벽을 꿈꾸지 않는다. 대신 다시 시작할 용기를 배운다.




넘어진 자리에 새 살이 돋고 바람이 지나간 자리는 어느새 상처가 말라간다. 시간은 언제나 그렇게 상처의 가장자리를 닦으며 흐른다. 어제의 고통이 오늘의 단단함이 되고 어제의 눈물이 내일의 평온이 된다. 내가 겪어온 고통이 나를 다독인다. 그 고통은 이제 나를 찌르지 않는다. 대신 내 어깨를 가만히 감싸며 수고했어 하고 속삭인다.




그제야 알았다. 고통은 나를 미워한 적이 없었다는 것을. 다만 내가 나를 너무 미워했을 뿐이었다는 것을. 모든 시련이 나를 이 자리까지 이끌어 준 손길이었음을. 이제 나는 매일이 새 삶이라 감사하다. 어제의 잘못이 오늘의 지혜로 태어나고 어제의 눈물이 오늘의 햇살이 된다. 삶은 그렇게 매일 새로이 윤회한다.

나는 그 윤회의 끝이 어딘지 모른다.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오늘의 나를 온전히 사랑하고 오늘의 숨을 감사히 들이쉬는 일이다. 삶은 거창한 깨달음이 아니라 그저 이 단 한 문장을 되뇌는 일인지도 모른다. 오늘도 살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 문장이 나를 살리고 세상을 다시 빛나게 한다. 나는 두려움보다 감사로 어제보다 조금 더 넓어진 마음으로 하루를 산다. 바람이 불어도 쓰러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알고 있다. 넘어진 자리마다 새 살이 돋고 상처마다 새 마음이 피어나는 법을. 오늘도 그 은총 위에 서서 나는 조용히 미소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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