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일어나 동쪽을 바라보는 일이 나에게는 아침의 시작이다. 동쪽에서 떠오르는 여명을 바라보면 빛 하나에 고개가 숙여지고 두 손이 모아진다. “빛이 있으라.” 내 마음 속에서 천천히 울린다. 있으라는 명령은 빛이 내 안의 어둠을 몰아내고 좌절과 한숨짓는 어제의 밤도 단번에 지워낸다.
한때는 내 삶의 의미에 대해 이리저리 찾아 헤매고 다닌 적이 있었다. 그때는 그 의미가 마치 거대하고 위대한 것인 줄 착각했다. 그러나 삶의 의미는 어둠이 지나면 빛이 오고 빛이 물러나면 어둠이 찾아오는 것만큼 지극히 자연스럽고, 어쩌면 너무 사소해서 종종 잊혀지는 것들이었다.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는 그 자연스러움을 깨달아 아는 일이었다.
무얼까,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는 이라는 문장과 그래 살아야만 한다라는 두 문장 사이에서 왔다갔다 허겁지겁 살아왔다. 어두움이 찾아오면 왜 나에게 이런 어두움이 찾아오냐고 절규하며 눈물지었지만 나는 다시 일어나야만 했다.
빛은 내가 절망하고 희망하는 그 사이에서 늘 변함없이 내 곁에 있던 절대적인 것이었음을 깨닫는다. 빛은 늘 그 자리에 있었는데 나는 빛을 바라고 있었다. 빛은 늘 내 곁을 지키고 있었는데 어두움이 물러간 자리에 늘 찾아온 고마운 빛이었는데, 인간은 늘 미련할 만큼 멀리서 이 빛을 찾는다.
그러나 이제 나는 안다. 빛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숨 쉬고 있었다는 것을. 희망은 기다림이 아니라 기억이었다. 어둠이 밀려올 때마다 나는 그 기억을 되살려야 했다. 한 줄기 빛이라도 내 마음 속에서 일으키면 그 빛이 나를 일으켜 세웠다.
이제 나는 매일 아침 동쪽을 바라보며 스스로에게 속삭인다. “빛이 있으라.” 그건 세상을 향한 명령이 아니라 내 마음을 향한 다짐이 되었다. 빛은 나를 떠난 적이 없었고 나는 그 사실을 잊고 있었을 뿐이었다.
어둠이 아무리 길어도 결국 빛은 이긴다. 그건 신앙의 약속이자 생명의 질서다. 그 빛은 내 안의 두려움을 녹이고 절망의 그림자를 천천히 걷어낸다. 나는 오늘도 그 빛 속에서 산다.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이 곧 빛이 있다는 증거이니까 말이다.
빛은 내 안에 살아 숨쉬고 있었다. 그 불씨가 꺼지지 않기를. 오늘도 그 불씨를 지키기 위해 나는 기도한다. 나의 하루가 누군가의 밤을 밝혀줄 수 있다면, 그 또한 빛의 일부분이 될 것이다. 세상의 어둠은 여전히 깊고 인간의 마음은 쉽게 흔들리지만, 단 한 줄기 불씨라도 남아 있다면 희망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그 믿음 하나로 다시 하루를 연다.
해가 천천히 산등성이를 넘어오를 때, 나는 조용히 창문을 연다. 새벽의 공기 속에 섞여 있는 차가운 빛, 그 빛이 내 손끝을 스치고 마음에 닿는다. 그 순간 나는 알게 된다. 오늘도 나에게 하루가 허락되었다는 것을. 그저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은총이라는 것을.
빛은 내 안에서 숨 쉬고, 나를 살리고, 다시 세상으로 흘러간다. 그리고 언젠가 내가 그 빛으로 돌아갈 때까지, 나는 매일 아침 동쪽을 향해 속삭일 것이다. “빛이 있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