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바뀔 때마다 아릿하다. 그러나 그 아릿함은 슬픔이라기보다 살아 있음의 증거처럼 느껴진다. 나는 그때마다 깨닫는다. 나 또한 이 계절처럼 한 시절을 통과하고 있음을.
모든 것은 돌고 돈다. 빛은 어둠을 부르고 어둠은 다시 빛을 낳는다. 사라진 것은 다른 이름으로 돌아오고 멀어진 것은 다른 모양으로 곁에 선다. 인간의 삶은 그 순환 속에서 조금씩 투명해진다.
변화의 기척은 언제나 사소하다. 바람의 방향이 미세하게 틀어질 때 나는 나도 모르게 내 안의 공기를 정리한다. 오래된 생각들이 떠오르고 오래된 마음들이 자리를 바꾼다.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자신 안의 풍경을 끊임없이 새로 배치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시간은 직선이 아니다. 끝은 늘 시작과 맞닿아 있다. 잊었다고 생각한 일들이 어느 순간 되살아나고 지나갔다고 여긴 감정이 다시 낯선 얼굴로 찾아온다. 그러면 나는 웃는다. 우리는 앞으로 걷는 것이 아니라 원을 그리며 걸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 원의 한가운데에는 견딤이 있다. 견딘다는 것은 멈추는 일이 아니라 흔들림 속에서 중심을 잃지 않으려는 의지다. 나는 계절이 변할 때마다 그 의미를 다시 배운다. 흔들리는 가지는 부러지지 않는다. 고요한 물은 깊게 흐른다.
삶은 언제나 균형을 요구한다. 기쁨은 슬픔을 데리고 오고 평온은 불안을 동반한다. 모든 빛은 그림자를 품고 모든 만남은 이별의 씨앗을 안고 있다. 우리는 그것을 두려워하지만 사실 그 모순 속에서만 완전해진다. 존재란 서로 다른 온도의 조화로 이루어진 하나의 계절이다.
나는 종종 생각한다. 인간의 성숙이란 더 많이 아는 일이 아니라 더 많은 계절을 견디는 일이라고. 젊을 땐 불처럼 살고 싶었지만 이제는 오래도록 식지 않게 살고 싶다. 불길이 아니라 잿빛의 온도로 타오름이 아니라 잔열로 남고 싶다.
그래서 계절이 바뀔 때마다 나도 모르게 고개가 숙여진다.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인사도 아니고 겸손의 제스처도 아니다. 그건 단지 살아 있음에 대한 예의 같은 것이다. 잘 견뎠다고 스스로에게 말하는 순간이자 이제 다시 시작하자고 다짐하는 시간이다. 그 마음들이 서로를 포개며 맞절을 한다.
그 순간 나는 느낀다. 내가 계절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계절이 나를 바라보고 있음을. 내 눈빛을 읽고 조용히 속삭이는 듯하다. 너도 참 잘 살아냈구나. 그 목소리는 따뜻하지도 차갑지도 않다. 다만 사실처럼 다가와 내 안의 무언가를 흔든다.
그 흔들림이 울음이 된다. 눈물이 아니라 마음의 울음이다. 오래된 감정이 다시 숨을 쉬는 소리, 그 소리 속에서 나는 나를 듣는다. 인간의 삶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일이라는 것을. 결과가 아니라 과정으로 존재하는 힘, 그것이 생의 본질이다.
시간은 언제나 가져가는 만큼 남긴다. 떠나간 것의 자리에 새로운 것이 피고, 사라진 자리엔 낯선 온기가 머문다. 아무것도 완전히 비어 있지 않다. 잃음은 공백이 아니라 다른 형태의 채움이다.
삶은 허무하지 않다. 오히려 그 순환 안에서 완전하다. 우리가 덜 행복하거나 덜 완전한 것이 아니라 단지 사이를 지나고 있을 뿐이다. 채워짐과 비워짐의 사이, 시작과 끝의 사이, 그 좁은 틈새에서 우리는 살아 있는 존재가 된다.
가끔은 계절이 너무 빨리 지나간다. 내가 아직 익지 않았는데 세상이 먼저 다음 장으로 넘어갈 때, 마음이 따라가지 못해 허둥댄다. 그러나 나는 안다. 자연은 늘 정확한 때에 우리를 부른다는 것을. 내 안의 시간도 결국 그 질서에 맞물려 있다.
이제는 시간에 맞서지 않는다. 느리면 느린 대로, 더디면 더딘 대로 그것이 나의 계절이다. 나는 나를 재촉하지 않는다. 인생은 서두르지 않는 용기를 배우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나는 나를 내려놓는다. 나약한 나를 그대로 꺼내어 놓는다. 어떤 가식도 허세도 없이 있는 그대로의 나를 계절 앞에 세운다. 그러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가벼워진다. 마치 오래된 옷을 벗은 몸처럼 자유롭다.
다음 계절이 찾아올 때 나는 또 이렇게 잘 살아낼 수 있을까. 여전히 두렵지만 그 두려움조차 나의 일부라 생각한다. 완전히 평온한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의 마음도 그렇다. 불완전함이 있어야 비로소 숨을 쉰다.
계절이 바뀌는 순간마다 나는 가슴이 시리다. 그 시림은 공허함이 아니라 온도의 기억이다. 내가 살아왔다는 증거이자 아직도 느낄 수 있다는 확신이다. 이 시림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 그 시림이 바로 나를 다시 살게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