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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축하

by 마르치아

빛의 제의(祭儀) — 사유진의 첫 책을 축하하며





25년간 영화감독으로 살아온 아티스트 사유진이 첫 책을 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의 이름 석 자를 보는 순간 마음이 한쪽으로 기울었다. 그가 걸어온 길의 무게와 그 길 위에 쌓인 시간의 층을 생각하니 그저 반가움으로 끝낼 수 없는 감정이 밀려왔다.



그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어떤 설명도 필요 없었다. 그의 눈빛은 이미 대답이었고, 그 눈빛은 내 영혼의 미세한 결을 울렸다. 그는 인간의 삶과 죽음,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에서 카메라를 든 채 한 인간의 생을 기록해 온 구도자였다. 그의 영화는 단순히 장면을 담는 일이 아니었다. 그는 한 편의 다큐를 통해 한 사람의 생을, 그 삶이 사라지는 과정을, 그리고 다시 빛으로 이어지는 순환을 예식처럼 다뤘다.



그는 예술가이자 제사장이었다. 예술이라는 제단 위에서 인간의 고통을 봉헌하고, 죽음의 의미를 예술로 구원하려는 묵묵한 구도자의 모습이 그 안에 있었다. 사유진은 세속의 찬사보다 삶의 본질을 택한 사람이다. 그는 여전히 달빛 아래서 사람들을 모아 명상과 춤을 나누며 존재의 떨림을 이야기한다. 그곳에서 그는 힐러이자 스승이고, 동시에 한 인간으로서 누군가의 슬픔에 손을 얹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드디어 펜을 들었다. 카메라의 프레임 대신 문장을 통해, 영상의 리듬 대신 호흡의 언어로, 자신의 철학과 여정을 세상에 내놓았다. 나는 그 사실이 그저 놀랍기보다는 고마웠다.

대부분의 책이 세상을 해석하거나 무언가를 가르치려 든다면, 사유진의 책은 오히려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어디에서부터 살아 있다고 느끼나요.” “당신은 지금 무엇을 사랑하고 있나요.” 그의 책은 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질문을 남긴다. 그 질문 속에서 독자는 자기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그건 곧 사유의 행위이자 치유의 과정이다.



그는 이번 책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다시 사유하게 만들었다. 정보와 요령이 넘쳐나는 시대에 그의 문장은 하나의 정화제처럼 느리게 흘러든다. 우리는 그 문장 사이에서 인간으로 산다는 것의 의미, 예술로 존재한다는 것의 고독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나는 벗으로서 그의 책을 축하한다. 그의 문장은 내게 하나의 기도였고, 그의 예술은 이미 오래전부터 빛의 언어였다. 12월, 그의 북콘서트를 내가 기획한다. 책과 음악과 명상이 어우러지는 자리, 삶의 끝에서 다시 빛으로 돌아가는 그 여정을 우리는 함께 듣고 묵상하고 위로받을 것이다.




그의 책을 덮는 순간 나는 속삭인다. “빛이 있으라.” 그 빛이 그의 글 속에도, 내 마음 속에도, 그리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영혼 속에도 조용히 살아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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