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에 대하여
나는 오래도록 빛을 좇으며 살아왔다. 세상은 늘 밝음을 찬미하고 사람들은 더 강하고 더 환한 빛을 가지려 애쓴다. 그러나 어느 날 문득 나는 그 빛이 너무 눈부셔 눈을 감고 싶어졌다. 세상 밖의 빛이 아니라 내 안의 작은 불씨가 그리워진 것이다. 그때 처음 알았다. 진짜 빛은 외부의 광휘가 아니라 내 안에서 스스로 타오르는 미약한 숨결이라는 것을. 사람의 마음 깊은 곳에는 말로 설명되지 않는 빛이 있다. 그것은 신이 심어준 생명의 흔적이며 동시에 인간이 마지막으로 되돌아갈 길이다. 화광반조. 빛을 거두어 안으로 비춘다는 말. 이 말이 내게 다가온 이후 나는 세상을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누군가를 판단하거나 이기려 애쓰기보다 스스로의 그림자를 들여다보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세상은 밝음을 향해 나아가지만 나는 그 밝음을 거두어 다시 내 안으로 돌려보내고 싶다. 그 길 끝에야 진짜 빛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테니.
사람은 죽기 전에 얼굴이 환하게 한 번은 빛난다고 한다. 살려는 모든 의지가 빛으로 뿜어져 나오는 순간 인간은 죽음으로 넘어가는 마지막 등신불의 모습일 것이다. 그 순간은 인간이 하늘의 품으로 돌아가기 전 가장 순수한 생명의 불꽃이 타오르는 찰나다. 그 빛은 두려움이 아니라 해방이며 마침내 자신으로 완성되는 마지막 숨결이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죽기 전에 단 한 번의 광채를 위해 살아가는 건 아닐까. 그 빛을 보기 위해 그 순간을 맞이하기 위해 수많은 어둠을 견디고 수없는 계절을 통과하며 스스로를 단련해 온 것이 아닐까. 세상은 그 빛을 명예라 부르고 사람은 그것을 성취라 말하지만 내게 그 빛은 단지 한 줄의 기도와 한 줌의 눈물 그리고 나를 버텨준 누군가의 따뜻한 눈빛이었다.
나는 이제 밖으로 향하던 빛을 안으로 돌려보려 한다. 세상을 비추기 전 먼저 내 어둠을 비추고 싶다. 누군가를 이해하려 애쓰는 대신 내 안의 고요를 들여다보고 싶다. 그 어둠 속에도 여전히 숨 쉬고 있던 작고 미약한 생명의 불빛 그것이 나를 살려낸 진짜 광채였음을 이제야 안다.
어떤 이는 그것을 혼이라 불렀고 또 어떤 이는 그것을 영성이라 불렀다. 또 어떤 이는 정신이라 불렀다. 그러나 어떤 것으로 불러도 이름은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내 안에 있다는 사실 그 불씨가 아직 꺼지지 않았다는 것 그 빛이 나를 향해 여전히 숨 쉬고 있다는 것이다.
모든 생명은 빛으로 시작해서 죽는 순간까지 빛으로 빛나다 결국 빛으로 돌아간다. 시작하고 진행하고 마쳐지는 모든 순간에도 그 빛은 사라지지 않는다. 스러짐조차 찬란하고 어둠조차 그 빛의 일부가 된다.
그래서 나는 두렵지 않다. 빛으로 왔고 빛으로 돌아간다면 삶의 모든 흔들림과 고통 또한 그 빛의 일부일 테니 말이다. 인생은 거대한 환희의 폭발이 아니라 조용히 타오르는 등불의 여정이다. 우리는 그 불빛을 지키기 위해 살아가고 때로는 그것을 나누며 서로의 길을 밝힌다.
이제 나는 안다. 빛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늘 내 안에서 작게 흔들리며 살아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언젠가 내 얼굴이 환히 빛나는 그날 모든 이름이 사라지고 오직 하나의 광채만 남을 것이다. 그때 나는 미소 지을 것이다. 세상에 빛으로 왔음을 빛으로 살았음을 그리고 마침내 빛으로 돌아감을. 시작하고 진행하고 마쳐지는 그 모든 순간에도 빛은 살아 있었음을.